미국 국무부, 바이든 전화회담 협조 거부…“대통령은 한 명”

입력 2020-11-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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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자원 제공 없어 외국 정상이 바이든 접촉에 애먹어
폼페이오 “착각해선 안 돼…대통령은 한 번에 한 명”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NN방송은 국무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전화 회담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틀 연속 외국 정상과 전화 회담을 하며 정권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원해야 할 국무부는 손을 놓고 있다.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협조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11일(현지시간) CNN방송이 전했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미국 행정부로 날아든 외국 정상의 바이든 당선인 축하 메시지가 많은데도 국무부가 이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는 국무부가 나서서 차기 대통령을 위한 회담 등 소통을 지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당선 당일인 2016년 11월 9일 압델 파타 엘시시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첫 전화 회담을 했다.

국무부는 당선인과 외국 정상 간 전화 회담을 위해 운영센터를 통해 번역 지원과 물류 등을 제공한다. 국무부가 직접 나서서 외국 정상과 당선인의 전화 회담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국 정부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외교관까지 동원하는 등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관들은 “낯선 미로를 통과하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무부의 자원을 활용해 운영센터를 거쳐 이뤄지는 전화 회담은 모든 통화 정보가 기록된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기록이 남지 않아 바이든 인수위가 자체적으로 기록을 남겨 인수 과정을 공식화하는 중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국무부의 자원을 사용하는 대신 트럼프타워에서 통화했고, 국무부의 지원 시스템도 거절했다.

국무부가 이렇게 비협조적인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영향이 크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표를 다 세야 한다”며 “트럼프 정권 2기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의 전화 회담을 두고 “단순히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 곤란하지는 않다”면서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 번에 한 명의 대통령을 갖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무부는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정부 기관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가정한 채 예산을 집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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