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5년 만에 '첫 시도'…정동극장 '시즌제' 론칭한 이유

입력 2020-11-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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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공개…2022년부터 300억원 들여 재개관 공사

▲11일 서울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정동극장 2021 시즌제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규운 정동극장 예술단 지도위원(왼쪽부터),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부예술감독, 뮤지컬 배우 양준모,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 뮤지컬 배우 정영주, 연출가 임새롬, 극작가 정은영, 작곡가 박윤솔. (사진제공=정동극장)
"나날이 변화하는 공연 시장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발 맞추겠습니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는 11일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관 25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공연 일정을 미리 구성하고 발표하는 '시즌제'를 도입하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정동극장의 콘텐츠에 믿음과 신뢰를 갖고, 극장을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즌제 도입을 결정했다"며 "지난해 8월 부임해서 정동극장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시즌제 도입"이라고 했다.

시즌제 명칭은 '헬로, 정동'(Hello, Jeongdong)이다. 내년에 오르는 작품은 모두 13편이다. 발레 1편, 연극 2편, 뮤지컬 3편, 콘서트 2편, 예술단 정기공연 3편 등이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내년 1월 22일 개막하는 정동극장 라인업의 첫 작품이다. 스페인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작사·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직접 출연하고, 프로듀서를 맡았다. 정영주는 "이번에 겁없이 뛰어들었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열심히 준비해 힘있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독일 영화 '포미니츠(2006)'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포미니츠'도 정동극장 무대 위에 오르게 됐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의 두 번째 기획작이다. 정동극장 대표 레퍼토리인 뮤지컬 '판'도 3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연극은 공동제작 1편, 자체 제작 1편이다. 극장 측은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프로젝트그룹 '일다'와 함께 공동 기획한다.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이 원작으로, 2017 몰리에르 1인극상을 수상했다.

민새롬 연출은 "어디까지가 산 것이고 어디까지가 죽은 것인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담는 작품"이라며 "500~600페이지 소설을 공연 1인극으로 올리는 게 연출자 입장에서 도전이었지만, 몹시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연계 대표성을 지닌 한 명의 배우와 그의 철학, 인생을 담은 작품을 기획·제작해 관객들 앞에 내놓는 '연극시리즈'도 준비됐다. 18일 개막하는 배우 송승환의 '더 드레서'도 '연극 시리즈' 일환이다.

국내 민간 최초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의 '챔버시리즈'도 주목할 공연이다.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부예술감독은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보일 것"이라며 "정동극장 무대 위에 발레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내겠다"고 자신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포스터. (사진제공=정동극장)

대중음악 콘서트와 뮤지컬 작곡가가 만드는 콘서트인 '정동의 여름', '오선지 걸어가는 작곡가'도 기대를 모은다. 내년 공식 창단하는 정동극장 예술단은 '시나위, 夢', '바운스', '소춘대유희(가제)' 등 작품 3편에 한국적 미를 세련되게 담는다. 이중 내년 10월 22일 오르는 '소춘대유희'는 전통 예술의 실감형 공연이다. 정동극장의 뿌리를 탐색하는 무대로, 근대 무대예술의 대표 공간인 원각사와 전신인 협률사의 의미를 찾아간다.

이 밖에 지휘자 금난새,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함께하는 '정동팔레트'가 내년 3∼10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마다 진행될 예정이다.

정동극장은 2022년부터 재건축 공사에 들어간다. 3년간 약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현재 200석인 공연장을 300석, 600석 규모의 공연장 두 곳으로 늘린다. 2024년 4~5월 재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말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거 같다"며 "재건축이 이뤄지면 '2차 제작 극장'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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