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이대론 안된다(상-2) ] “저도 소상공인인데…누구한테 하소연하죠?”

입력 2020-11-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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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신림역 앞 영풍문고 신림포도몰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매하거나 쇼핑을 하며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계형적합업종 1호인 서점업에서 ‘학습참고서 판매중단 권고’를 지키지 않는 첫 번째 장소로 적발된 곳이다. (사진=이재훈 기자 yes@)

영풍문고 신림포도몰점에서 학습참고서 점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자신의 상가가 ‘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을 위반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입점했던 2019년 6월만 해도 생계형적합업종 1호 항목으로 서점업이 선정되지 않았던 데다, 영풍문고 직영점이 아닌 소상공인인 자신이 임대료를 내고 점포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영풍문고 제안에 따라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끌어모아 점포를 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기부가 자신의 점포가 대기업인 영풍문고와 ‘실질적인 지배관계를 형성한다’고 간주, ‘참고서 판매중단 권고’를 내리면서 속앓이가 시작됐다.

A 대표는 처음엔 “억울한 마음에 중기부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법에 따르면 A 대표는 올해 11월 30일 이후로는 판매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참고서를 판매하지 말라’는 법리상의 권고가 그날 끝나서다. 그런데도 그의 속은 문드러졌다. 자신이 마치 범법자가 된 듯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다.

A 대표는 “힘 있는 중기부가 법적 검토를 통해 제가 ‘권고’를 위반했다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해 판매를 이어갔다”며 “스스로 소상공인을 위한 법을 지키지 않은 나쁜 소상공인이 된 듯해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A 대표가 중기부 권고를 그대로 지킬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A 대표는 영풍문고 사당점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점포를 냈다. 신림포도몰은 서점업이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전에 개점해 ‘권고’로 시정 명령이 그쳤지만, 사당점은 사정이 달랐다. 사당점은 서점업이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된 3개월 뒤인 올해 1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무조건 3년간 참고서를 팔면 안 된다.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에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A 대표는 사당점 역시 영풍문고의 제안에 따라 입점했다. 그곳은 영풍문고가 아닌 건물주와 직접 계약을 했다.

A 대표는 “영풍문고가 믿으라 해서 철석같이 믿고 장기계약을 했는데, 사당점은 아예 점포를 철수해야 한다”며 “법을 어기려고 한 게 아니라, 대기업이 법적 검토까지 다 마치고 계약을 해도 된다고 해서 입점했는데 무작정 철수하라고 하니 억울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풍문고는 A 대표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했다. 영풍문고는 신림포도몰점과 사당점 모두 ‘직영점이 아닌 소상공인 입점은 가능하다’는 법리 검토를 마치고 A 대표의 입점을 타진했지만 중기부 유권해석이 ‘권고’를 위반했고, 법까지 어겼다고 하니 도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홍기표 영풍문고 이사는 “법적 대응도 고려했지만, 정부기관과 맞서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고, A 대표와 협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대표는 “생계형적합업종은 분명 소상공인을 위해 지정했는데, 되레 소상공인인 제가 법을 위반하게 되고, 점포까지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저처럼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을 위해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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