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 ‘목적지 없는 관광 비행’ 계속하는 속사정 보니

입력 2020-11-11 14:08수정 2020-11-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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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보다 조종사 자격 유지 등 부수적 효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4일 A380 항공기로 인천~강릉~포항~김해~제주~인천 상공을 비행하는 'A380 한반도 일주 비행'을 실시했다. 이날 A380에 탑승한 승객들이 창밖의 국토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렁에 빠진 항공사들이 ‘도착지 없는 비행’ 상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적보다 조종사 자격 유지와 같은 부수적 효과를 노린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주까지 항공학과 관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착지 없는 비행을 10차례 진행했다. 올해 9월 처음으로 상품을 선보인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에어부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달까지 11번 추가 비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애초 체험 비행은 2~3번에 그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반응이 좋아 프로그램을 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30ㆍ31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목적지 없는 비행을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먼저 한반도 일주 비행을 했다. 항공 관련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6회가량 목적지 없는 비행을 했다.

티웨이항공은 이달까지 항공학과 관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 비행을 13차례 시행할 예정이다. 일반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진에어는 14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국내선 관광 비행을 운영한다.

대형항공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26일까지 일반인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14ㆍ21ㆍ28일) 운항하는 관광비행 상품을 판매한다. 앞서 지난달 판매했던 상품은 공개 하루 만에 완판됐다. 대한항공은 지난주 인하공업전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 비행을 했다.

▲9월 10일 에어부산의 도착지없는 비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실습 비행체험에서 위덕대학교 항공관광학과 참가학생들이 기내 음료서비스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어부산)

실적보다 조종사 자격 유지 측면 커
향후 면세품 판매 허용되면 수익 도움될 수도

실적 측면에서 항공사들이 목적지 없는 비행을 통해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 방역 지침에 따라 항공기 좌석을 전부 채울 수 없는 데다 유류비, 기념품 증정 등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관광비행을 도입하는 이면에는 조종사의 자격 유지를 위해 비행기를 띄울 수밖에 없는 항공사들의 속사정이 있다.

항공기 조종사가 면장을 유지하려면 일정 기간 내에 이착륙 횟수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관광비행에 활용하는 A380 기종의 경우 90일 이내 해당 기종의 이ㆍ착륙 3회 이상 등의 조건을 채워야 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러나 코로나19로 여객 운항이 줄면서 조종사들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일부 항공사는 시뮬레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빈 항공기라도 띄워 조종사의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목적지 없는 비행을 하면 빈 항공기만 띄우는 것보다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침체한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목적지 없는 비행은 홍보 효과가 있다”며 “특히 ‘항공 덕후’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여행을 그리워하는 탑승객들의 호응도 높아 관광비행 상품들은 ‘완판’됐다.

평소보다 낮은 가격에 프리미엄 좌석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요소다. 아시아나항공 관광비행 상품은 비즈니스 스위트 및 비즈니스 스마티움석이 이코노미석보다 먼저 매진됐다.

향후 면세품 쇼핑이 허용되면 항공사의 수익 창출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목적 없는 관광 비행 때 면세품 쇼핑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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