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그 후...., "아직 진행형이다"

입력 2008-11-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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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품목 아직 미수거, 식품안전관리 일원화해야

온 국민을 공황 상태로 몰아갔던 '멜라민 파동'이 발생 두 달여가 지났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경제 위기감이 엄습하면서 이 파동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거나 혹은 아예 관심 대상에서 제외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멜라민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식약청, 5개 품목 아직도 미수거 상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현재 식약청이 지정한 멜라민 관련 유통금지품목은 모두 51개, 유통금지해제품목은 302개에 달한다.

식약청 식품관리과 유통ㆍ판매금지제품 담당자는 "428개 품목에 대해 검사를 시작했으며, 검사 과정에서 전제품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나 전량 소진된 제품은 별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멜라민 기준 설정을 준비하는 등 당정 대책을 통해 유통 관리는 물론 수입단계부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현재까지 멜라닌 함유 의심 제품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며 변경 상황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초 발견 후 두 달이 경과한 현 시점에도 아직 미수거 품목이 5개나 된다는 점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현재 5개 미수거 품목은 계속 추적 중"이라며 "전량 소진된 걸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사회적 시선이 경제 위기 가능성에 집중된 지금은 멜라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당시에 '멜라민'은 큰 사회적 충격과 변화를 몰고 왔다.

이 때문인지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안전 먹거리 관련 시장은 높은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씀씀이를 줄여서라도 비싼 유기농 식품이나 과일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 친환경 식품 코너 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5% 신장했다. 온라인몰 옥션에서는 10월 친환경 농산물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59.0% 급증했다.

또 '멜라민 분유' 공포는 모유 열풍을 몰고 왔다. 매일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10월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 1만명에게 전화 조사한 결과, 9개월 이상 유아 모유 수유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3%p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GS마트의 10월 분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옥션에서는 수유 패드, 유두보호기, 유축기 등 모유 수유용품이 같은 기간 30~40%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멜라민 공포가 확산되면서 멜라민 함유 여부를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자가검출키트도 개발됐다.

고가의 전문 분석장비 없이 쉽게 멜라민 성분 검출할 수 있는 TLC(박막 크로마토그래피)기법과 특수 염색기술을 이용한 제품들이 나왔다.

또 중국에서는 자국산 식품 불신이 확산되면서 한국식품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1일 KOTRA 중국팀 박한진 차장은 "최근 중국의 빈번한 식품안전사고로 인해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식품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한국산 우유, 김치, 고추장, 된장 등이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안전성ㆍ신뢰 회복에 노력

멜라민 파문 이후 업계는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성 확보와 함께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멜라민 파동으로 가장 큰 홍역을 치른 해태제과는 "당시 문제가 됐던 중국 OEM 생산은 중단했다"며 "멜라민 같은 전 세계적 식품안전 이슈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아시아식품정보센터(AFIC)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는 중국 청도에 자체 안전 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에 안전요원을 추가로 파견할 계획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안전성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중국내 공장에서 중국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겠다"며 "현재 캐나다, 미국, 유럽 등의 유제품을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중국 인력을 주기적으로 초청해 품질관리 교육을 실시할 것이며 내부품질관리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멜라민 파동에서 자유로웠던 업체들은 사태 추이를 지켜 보며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은 멜라민 파동에서 자유로웠던만큼 올 한해 '좋은 과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상황 추이를 지켜볼 뿐 매출에 직접적 영향은 없었다"며 "여름이 더워서 오히려 아이스크림 매출이 평년을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멜라민 파동이 경기 한파와 함께 커피, 계란 등으로 확대되면서 많이 희석된 것은 사실"이라며 "솔직히 국내 제과업계의 잘못보다는 중국의 식품 안전에 대한 가치관 부재가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안전관리 일원화ㆍ이력관리 절실

되풀이 되는 식품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는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열어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확정·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소비자가 관련 식품업소에 대한 긴급 위생검사를 직접 요청할 수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사고 식품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식약청은 지난 12일 "최근 수입식품의 멜라민 검출 사건을 계기로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불만 등을 신속하게 신고하도록 식품포장지에 1399 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 대책으로 거론되는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문제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 차이로 표류하고 있다. 식품사고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사고 조기 대처 수단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식품이력관리 역시 일부 식품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는 수준으로 실효성이 없다.

멜라민 폭풍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자치단체, 소비자감시원 등 모두 3만9000명의 인원을 동원하고도 멜라민 검사 대상 제품을 상당수 수거하지 못한 것은 제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지 못하는 국내 식품유통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서울대학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국내 식품 관련 사고가 잦은 이유를 정부 대책에서 찾는다.

이주열 교수는 "문제를 일으키면 벌금만 내면 되는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에 문제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식품 발전을 법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법 구조의 헛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해결 방안에 대해 이 교수는 행정 당국과 국회가 제기능을 하면 자연히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전문가 부재로 문제가 불거져도 수습이 늦어지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단기 대응에만 급급해 중장기적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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