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고용참사] 직원 자르고 빚으로 버티지만…폐업 땐 재기 힘들어

입력 2020-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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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영세 외식업체 매출 80% 감소

2분기 서비스업 대출액 13조↑…나홀로 자영업자 420만명 넘어
빚으로 버티다 폐업하면 '실업자'…채용 시장 얼어붙어 취업도 어려워

서울 도봉구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60대 이모 씨는 텅 빈 가게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는 일하는 직원이 4명이나 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후 월세와 인건비로 매달 적자만 2000만 원에 달했고 결국 직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지금은 딸과 사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씨는 “가게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 이후 배달을 시작하며 버티고 있지만, 갈수록 빚만 늘어나고 있어 가게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순두부집을 하는 김모 씨는 10년 넘게 운영하던 가게를 올해 초부터 부동산에 내놨다. 하지만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2명이던 직원은 지난해 1명으로 줄였고, 지금은 남편과 둘이서만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건물주가 3개월 정도는 월세를 깎아주기도 했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다”며 “권리금을 조금이라도 받아야 원상복구비에 보탤 수 있는데, 이제는 가게 문을 닫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말 그대로 ‘버티기’다. 손님이 없어 매출이 줄어들자 가장 먼저 직원들을 내보냈다. 급한 대로 가족이 뛰어들어 일손을 보태고 빚을 내 근근이 가게 문을 열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게를 그만둔 직원들처럼 자영업자들도 언제든 실직자가 될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시름은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한 식당 입구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빚은 늘고 직원은 해고 = 수많은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이후 빚으로 버텼다. 한국은행의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서비스업 대출금은 47조2000억 원이 증가했다. 전 분기 34조 원보다 10조 원 이상이 늘었다.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 증가액은 12조2000억 원에서 18조800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자영업자들이 이 기간에 빚으로 버텼다는 것이다.

빚으로도 모자라 직원을 내보낸 자영업자를 포함한 나홀로자영업자도 421만 명에 육박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자영업자 중에서 고용원이 있는 경우는 134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6만9000명이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6만5000명이 늘어난 42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추세”라며 “창업 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을 쓰지 않고 자동 주문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는 영향이 있고, 코로나19로 더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직원을 내보내거나 창업할 때 아예 직원을 두지 않으면서 일자리는 수십만 개가 없어진 셈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취약계층에 더욱 큰 충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폐업을 안 한 자영업자 대부분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전환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직원 대부분은 학생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중인 올해 9월 서울 명동의 한 건물 가게에 임대문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시스)
◇자영업 폐업하면 그냥 ‘실업자’ = 자영업자의 폐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총 555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8000명 줄었다. 지난해 9월 자영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4만7000명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자영업자 감소 폭이 1.5배 커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분기 말 기준 전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5%로 한국감정원이 소규모 상가 공실률 공표를 시작한 201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9월 기준 전국 폐업점포 지원사업 신청 현황 건수도 9720건으로 이미 지난해 6503건을 추월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충격은 더욱 커졌다. PC방과 식당, 노래연습장, 카페 등 대면 중심의 자영업은 위축되거나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한국은 이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의 비중은 25.1%에 달한다. 근로자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라는 의미다. 이 비중은 미국의 약 4배에 달하고, 독일과 일본의 약 2.4~2.5배 정도다.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들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이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은 임금근로자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신규 채용 시장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로 전직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다른 데 취직해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아예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과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대다수 영세 외식업소는 매출이 80% 이상 줄었고, 매출 악화를 넘어 폐업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며 “피해 외식업소의 생존을 위한 임차료·인건비 지원, 세금 감면, 선별적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실효성 있는 특별대책을 신속히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전부터 누적된 자영업자 과밀, 최저임금 문제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돼 폐업률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일시적 지원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그의 저서 '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자영업은 한두 번 잘못되면 극빈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며 "시장주의 원조라는 영국에서조차 자영업자도 임금생활자처럼 80%까지 정부에서 소득을 보전해주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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