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터뷰] “6개월 만에 자본잠식서 펀딩대박”...화장품을 요리하는 ‘코스메쉐프’

입력 2020-11-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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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본사에서 코스메쉐프 이수향 대표가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기쁨 기자 @modest12)

“피부가 영양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해독이 중요하다. 우리 삶도 그렇다. 뭔가를 비워내지 않으면 앞으로 한 발짝 나갈 수 없다. 제대로 비워내고 집중해서 채워야 한다.”

돌멩이처럼 생긴 까만 비누가 화장품 업계를 휩쓸었다. 크라우드 펀딩 25일 만에 4억 원을 돌파, 뷰티 부문에서 역대 최다 금액을 달성한 ‘흑당고’다. 4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본사에서 흑당고를 개발한 코스메쉐프 이수향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어떤 레시피로 만드느냐에 따라 화장품이 달라지는데 이는 요리 과정과 똑같다”며 “피부에 가장 맛있고 건강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요리를 하는데 고객들은 나를 ‘셰프’로 호칭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회사 대표를 셰프님으로 호칭하고 피부 건강에 대해 문의하는 곳은 없다”며 “어찌 보면 창직을 한 셈인데 ‘화장품 요리’라는 브랜드가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창업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창업 2년 만인 2019년 12월에 자본잠식을 겪으며 폐업 절차를 밟았다. 1년 개발 끝에 선보인 ‘뷰슐랭 앰플’은 생각보다 많이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고정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결국, 330㎡(100평) 가까이 되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직원들과도 헤어졌다. 모든 걸 비워내고 정리하던 그 시기에 우연한 계기로 고약 추출물을 알게 됐다.

그는 “어느 날 돌아가신 지 20년 된 할머니가 나에게 보약을 보내주고 그 보약을 내가 달이는 꿈을 꿨다”며 “잠에서 깨자마자 번뜩 어린 시절 할머니가 고약을 직접 만들어 종기나 다래끼가 난 부위에 붙여주던 일들이 생각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각종 문헌을 뒤진 끝에 외과적 수술이 없던 조선 시대 때부터 농을 빼기 위해 고약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모아둔 국가창업자금으로 쇠비름, 병풀, 인동덩쿨 등으로 고약 추출물을 만들고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6개월 개발 과정을 거친 끝에 탄생한 흑당고는 올해 7월 와디즈에서 첫선을 보였다. 두 번의 펀딩을 통해 누적 5억 원 자금을 모았다.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현재 앙코르 펀딩을 추가로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로서의 가장 큰 고충으로는 ‘표절’을 꼽았다. 음원 시장의 경우 표절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어느 정도 법적 제도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화장품은 보호를 받기가 힘들다. 오랜 기간 공들여 개발한 상품이 카피캣(모방 제품)에 밀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자본력과 경험 등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창업은 매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영혼을 파는 것과 다름없다”며 “그런데도 창작품을 쉽게 베끼는 사례가 너무나 많은데 일을 시작한 창업자는 법적 공방을 벌일 시간조차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창업을 지원하고 자금을 주더라도 보호 장치가 없는 이상 이러한 문제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나 내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화장품 요리’라는 새로운 업을 만들어낸 만큼 책임을 지고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셰프로서 최선을 다하고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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