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보호의무 위반' KB증권, 외국 기관에 2억 물어준다

▲KB증권 CI

KB증권이 이스라엘 기관투자자 에퀴타스 인베스트먼츠(에퀴타스)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1심 재판에서 일부 패소해 지연손해금 2억 원을 물어준다. 재판에서 계약서에 명기된 고객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11민사부(재판장 이유형 부장판사)는 최근 에퀴타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1심 재판에서 KB증권에 2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에퀴타스는 이스라엘 기관 투자자로 2014년 2월 KB증권(당시 현대증권)과 파생상품계좌 설정계약하면서, 직접 한국거래소 주문처리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DMA'계약을 체결했다.

에퀴타스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한 알고리즘 매매 방식을 이용해 거래했는데, 2014년 9월 단일가 호가시간인 오후 3시 5분 경 DMA 시스템을 통해 코스피 200 콜옵션 230 상품 336계약에 대해 매수주문을 넣었다.

문제는 해당 매수주문이 직전 호가인 31.05에 비해 2배가 넘는 66.80에서 67.05까지의 가격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단일가 호가 시간이 끝난 오후 3시 15분경, 매수 주문에 대응해 이 사건 콜옵션에 관해 체결가는 66.80에 302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당시 금액으로 100억 원가량이었다. 코스피 200 콜옵션 상품 가격은 1포인트당 50만 원이었다. 이후 에퀴타스는 이 거래 직후 한국거래소에 착오매매를 이유로 한 구제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KB증권은 에퀴타스의 거래대금 중 부족액인 103억 원을 대납했고, 에퀴타스의 예약금과 미결제 약정에 관한 반대매매를 실행해 65억 원을 회수했다.

에퀴타스는 KB증권이 계약에 명기된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선관주의를 위반했으며 고객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불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5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 중 2억 원의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이 소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KB증권이 △DMA 계약 규정에 따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에도 해당 이상거래를 잡아내지 못함 △이 사건 매수주문 적합성을 점검하지 않음 △시스템 접촉이 끊긴 후에도 매수주문을 취소하지 않았음 △실시간으로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음에도 이 사건 매수주문을 인지 못 했다는 등 8가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에퀴타스의 주장 중 7가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KB증권이 DMA계약상 명기된 고객보호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KB증권 담당 직원이 에퀴타스의 주문 흐름을 제대로 인식했더라면 비정상적인 주문임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KB증권 담당 직원은 해당 거래 체결 직후 에퀴타스 담당자에게 "우리 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KB증권이)이 사건 DMA 계약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 사건 매수주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매수주문의 존재를 인식했다면 취할 수 있었던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이 사건 거래가 체결되도록 했다"며 "선관주의의무 또는 고객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거래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매수주문은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KB증권으로서는 단일가 호가시간이 종료되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상책임은 매수주문이 근본적으로 에퀴타스의 컴퓨터 오작동으로 제출됐다는 점과 KB증권이 이를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사실 등이 고려됐다. 또 에퀴타스 직원조차 해당 거래를 인지 못했던 점, 당시 KB증권 직원은 에퀴타스의 요구 사항에 따른 업무를 하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피해액의 20%인 10억 원으로 한정했다.

에퀴타스가 요구한 지연손해금은 이보다 적어, 전액 인용됐다. KB증권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