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팔아야 산다" 유통가에 퍼지는 불황의 역설

입력 2020-11-08 13:23수정 2020-11-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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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올해만 2차례 가격인상에 "몸값 높일수록 더 잘 팔려" 반응…편의점서도 '구찌' 판매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바짝 얼어붙었음에도 수입 명품의 소비는 오히려 고공행진하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유명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에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광경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명품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진데다 장기간 '집콕'으로 보복소비 심리가 확산하면서 명품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구입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럭셔리 소비처 대명사였던 백화점뿐 아니라 온라인유통, 대형마트, 심지어 집앞 편의점에서도 명품을 판다. 불황이 심화할수록 명품이 뜨는 '불황의 역설'이 유통업계에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 개장 전부터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샤넬은 최근 핸드백을 비롯한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인상했다.

샤넬이 가격을 올린 건 올해만 두 번째다. 이 브랜드는 앞서 5월에도 주요 제품 가격을 20%가량 올린 바 있다. 가격 인상에 따라 대표 핸드백 '클래식 미디움'은 846만 원에서 864만 원, '클래식 라지'는 923만 원에서 942만 원이 됐다. 특히 샤넬 클래식 맥시 사이즈 가방은 1014만 원이 되며 '1000만 원대' 가방 시대를 열었다.

일각에선 "명품 브랜드가 배짱 영업을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초고가 전략'에도 수요는 여전하다. 지난 1일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개점을 1시간여 앞둔 오전 9시 30분부터 50여 명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샤넬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인상 전에 미리 구매하려는 소비자와 리셀러들이 물품 확보에 나선 것.

▲2일부터 1014만원으로 올라 ‘샤넬백 1000만원 시대’를 연 샤넬 클래식 백(맥시 사이즈). (사진제공=샤넬 홈페이지)

명품 강세는 온라인으로도 옮아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온라인몰 S.I.VILLAGE(에스아이빌리지)의 성장은 명품 전략 덕에 커가는 대표 사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에스아이빌리지 연간 누적 매출은 올해 매출 목표인 1000억 원을 최근 조기 돌파했다. 이는 온라인몰 론칭 4년만에 이룬 성과로 올해 에스아이빌리지의 연 매출을 1400억 원 수준까지 내다보고 있다.

'럭셔리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이 매출 상승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에스아이빌리지는 병행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패션몰과 달리 정식 판권을 바탕으로 수입된 정품을 판매한다. 아르마니, 브루넬로 쿠치넬리, 메종 마르지엘라 같은 패션 브랜드부터 바이레도, 딥티크, 산타 마리아 노벨라 같은 뷰티 브랜드까지 약 70여 개 고가 브랜드를 판매한다.

에스아이빌리지는 6월 국내 최초로 재고 면세품을 발빠르게 판매하기도 했다. 보테가베네타, 발렌티노, 발렌시아가, 입생로랑 등 인기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했는데, 판매 첫날 전체 물량의 93%가 품절됐다.

(사진제공=GS리테일)

최근에는 편의점까지 명품 판매에 가세했다. 종합 유통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려는 편의점이 명품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달 말부터 해외명품 브랜드 상시 판매를 시작했다. GS25는 명품병행수입 및 해외직배송 전문업체 ‘어도어럭스’와 협업해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의 GS25 파르나스타워점에 명품 판매대를 도입했다. 명절 선물세트나 카탈로그 주문방식이 아니라 실제 매장에서 상시 판매를 시작한 것은 GS25가 처음이다.

GS25에서 판매하는 명품 제품은 구찌 클러치백, 버버리 크로스바디백, 생로랑 모노그램 팔찌,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르그란드 만년필, 보테가베네타 인트레치아토 나파지갑 등 총 11종이다. 고객들은 점포에서 상품을 확인한 후 바로 구매할 수 있고, 원하는 곳으로 무료로 배송 받을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을 비롯해 침체된 유통 시장을 이끌어가는 것이 명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명품의 위세가 높아지며 해당 브랜드 물품을 적시에 확보하는 게 (유통) 채널의 역량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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