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공유 넘어 구독 ‘무소유 모델’

입력 2020-11-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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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공유경제라는 플랫폼은 이미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하다.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등이 바로 공유경제 모델로 크게 성공한 벤처인데, 공유경제의 핵심은 개인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자원과 재화를 공유함으로써 자원과 재화의 사용을 극대화하는 ‘인에이블러(enabler)모델’이다. 즉 회사는 아무런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개인이 소유한 자산을 그 자산의 사용이 필요한 다른 개인과 매칭해주며 받는 서비스로 이윤을 내는 모델이다. 매칭을 통한 공유경제 모델에서 핵심 포인트는 커뮤니티이다. 우버나 에어비엔비의 성공을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커뮤니티 플랫폼인데, 이는 ‘자원을 제공하는 개인들’과 ‘자원을 사용하는 개인들’의 경험 정보를 처리하여 등급이나 추천 시스템을 통해 여러 위험을 통제하고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다.

사용을 위한 소유의 욕구를 줄인다는 점에서 공유 모델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조금 다르게 테스트되고 있는 모델이 있는데, 바로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이다. 구독 모델은 개인이 자원을 철저히 ‘무소유’하지만 사용은 자율적으로 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소유권은 없지만 매달 구독료를 내고 그에 상용하는 서비스를 즐기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회사 중 가장 성공한 예가 넷플릭스(Netflix)라고 보면 되겠다. 이제까지 구독 모델은 회사가 파는 것이 만질 수 있고 형체가 있는 물질적 상품이 아니라 경험과 소비를 제공하는 경우에 주로 적용되어왔다. 하지만 이 구독 모델은 현재 옷이나 자동차 등 소비자가 주로 물건을 소유해왔던 상품군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최근 1조 원 정도의 가치 평가를 받은 렌터런웨이(Rent the Runway)가 한 예인데, 이 회사는 개인이 원하는 기간만큼 매달 정해진 구독료를 내면 회사가 소유한 명품 가방이나 옷, 액세서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즉 개인은 아무 명품도 소유하지 않고 모든 명품을 입고 즐길 수 있는 경험적 가치만 가져가는 것이다.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 관련 벤처 중 하나가 전기차를 구독 모델로 진행하고 있는데, 바로 카누(Canoo)라는 회사이다. BMW를 포함해 세계 명품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벤처인데, 아직은 제품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단계이지만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구독 모델로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카누의 구독 모델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보험과 수리 등의 서비스도 모두 카누가 책임지는 형태로, 그야말로 개인은 철저한 무소유, 무책임으로 자동차가 주는 사용 가치만을 원하는 기간만큼 즐기는 것이다. 구독 모델이 상품군에 적용될 때 회사의 비용 부담이 클 수 있어 주로 명품을 대상으로 했는데, 카누는 과감히 그 타깃을 저가 모델을 지향하는 소비자군으로 잡고 있다.

소비자에게 전기차를 제공하고 보험과 수리까지 떠맡으면서 저가 마켓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전기차 기술과 디자인이 기존의 테크놀로지와는 현저히 달라야 한다. 이들이 진행하는 기술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모듈라 스케이트보드라는 자동차 프레임이다. 이는 기존의 전기차보다 훨씬 가벼운 프레임을 사용하여 엔진 등 모든 필요 부속을 갈아 끼고 바꿀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카누의 기술은 생산 경비와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줄여 베터리도 소형화할 수 있으며, 중고차를 쉽게 새 차 상태로 업그레이드하기가 용이하다.

이쯤 되면 이러한 혁신기술로 중저가 전기차를 만들어 팔면 되지 왜 굳이 더 손이 가는 구독 모델을 택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필자는 카누가 구독 모델을 추구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바로 데이터의 소유이다. 무인자동차는 물론 앞으로 거의 모든 벤처 모델은 어떤 형태로든 인공지능이 녹아 들어갈 텐데, 인공지능 성능에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이다. 그냥 데이터가 아니라 벤처 모델과 혁신에 적합한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한데, 이를 모으고 정제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 소유와 이용에 관한 정부 규제와 소비자단체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에 벤처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자본이 바로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로부터 나오는 풍부하고 정확하고 깨끗한 액션 데이터이다. 카누가 구독 모델을 통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액션 데이터를 얻고 이용하여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함께, 기업의 혁신 가능성을 높이고 궁극의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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