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 '성인지 집단 학습' 발언 논란에… 정치권 "대단히 부적절"

입력 2020-11-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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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장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
주호영 "많은 국민 분노하고 비판" 정의당 "강력 규탄"
국민의당 "여가부 해체해야" 기본소득당 "장관 교체해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이 정치권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비용을 '성인지 집단 학습'에 필요한 예산이라는 취지로 말해서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과 기본소득당까지 이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며 여가부 해체와 장관 교체까지 거론했다.

이날 오전 국회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성인지 관점에서 838억 원의 비용이 피해자들이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장관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국가에 굉장히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역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838억 원이 학습비냐"고 되묻자 이 장관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저희가 모든 비용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파문으로 열리게 될 재·보궐선거가 큰 비용 손해가 생긴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윤 의원의 질문과 관련 없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정치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울산·경남 지역 예산정책협의회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여가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인식과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가 피해 여성 입장을 대변하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려 하는 데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장관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장관도 여성가족부 장관이 아닌 N차 가해자나 다름 없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기본소득당도 일제히 이 장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인 장혜영 의원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성인지 학습이 필요한 분은 여가부 장관"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보궐선거를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단순히 학습 도구로 전락시킨 이번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 여성가족부의 수장인 장관이 이 흐름에 역행하는 말을 앞장서서 내뱉고 있으니 참담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여가부는 본연의 업무인 사회 어두운 그늘 속에 있는 여성 인권 보호나 가족의 행복에 방점이 찍히는 일엔 관심이 없었다"며 여가부의 해체까지 거론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여가부 장관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성 평등 정책에 의지가 있다면 여가부 장관 교체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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