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통과 시 삼성ㆍ현대차 이사회에 헤지펀드 감사 선임 가능"

입력 2020-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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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시총 30위 기업 중 23개사에 가능해…해외에서도 입법 사례 볼 수 없어"

경영계에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이사회에 외국계 헤지펀드가 지지하는 감사위원이 선출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8월 말 발표한 정부 개정안처럼 감사위원 분리선출까지 도입될 경우, 외국계 기관투자자 연합이 시총 30위 기업 중 23개 기업 이사회에 감사위원을 진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자료=전경련)

전경련은 지난달 7일 기준 시총 상위 30대 기업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국민연금, 국내기관투자자, 외국기관투자자 지분 현황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LG화학, 현대차, 카카오, 삼성SDI 등 23개사에서 외국 기관투자자 측의 감사위원이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삼성물산, 넷마블, SK바이오팜, 삼성SDS, 신풍제약 등 7개사는 이를 방어할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리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해외 헤지펀드들이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2003년 SK그룹과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사례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소버린은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주식 14.99%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도록 미리 5개 자회사에 분산했다.

결국, SK는 주총에서 소버린 측 이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채권단·국내외협력사 등 백기사를 확보하고 위임장을 받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서야 가까스로 소버린 측의 이사 선임을 저지했다. 반면, 소버린은 시세차익 등으로 9459억 원 이득을 거두고 철수했다.

전경련은 의결권 3% 제한으로도 기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까지 입법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G5 국가의 관련 법제를 살펴본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임이나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입법례를 찾을 수 없었으며, 감사위원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감사위원을 외부 세력이 맡을 경우, 이사 및 감사로서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기업 기밀이나 핵심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처럼 상법에 감사위원 선출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세계 유례가 없는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전경련)

또한, 전경련은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자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지적했다.

예외적으로 100% 모자회사 관계처럼 자회사의 독립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이 다중대표소송을 50% 초과 모자회사 관계에 적용하려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G5 국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세계적 유례가 없는 지배구조 규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규제 강화는 신중한 검토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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