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강대규 감독 "눈물 흘리며 연출…'담보'여서 가능했다"

입력 2020-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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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을 뛰어넘은 연대 담아 호평…"빚이 빛이 되는 세상 되길"

▲'담보' 강대규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을 보면 장발장과 코제트의 관계성이 눈길을 끈다. 혈연으로 얽히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끈끈한, 부녀지간 못지 않은 연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장발장은 코제트의 엄마 판틴에게 자신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코제트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지킨다. 처음에는 불행했던 판틴의 인생이 자기 탓이라 생각했던 장발장의 죄책감이 있었지만, 후의 모습은 분명 코제트를 향한 부성애 같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장발장과 코제트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같은 존재였다.

영화 '담보' 속 두석(성동일)과 승이(박소이)는 장발장과 코제트 그 자체다. 영화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두석은 승이의 엄마(김윤진)로부터 돈을 받아내려다 아이를 키우게 되지만, 이내 남모를 책임감을 갖게 된다. 승이는 두석의 손에서 자라 성인이 된다. 악연으로 얽힌 두석과 승이가 천륜으로 거듭하는 과정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대규 감독은 "소이가 승이가 겪게 되는 상황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레미제라블' 책이나 영화를 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생면부지인 두석과 종배 손에서 자란 승이의 모습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양아버지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 코제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강 감독은 "책을 본 소이가 코제트에 대해 불쌍한 마음이 들고 안타까웠다고 했다"고 전했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사랑을 주죠. 두석이 자라온 불온한 환경과 결부되는 지점입니다. (영화에선 편집됐지만) 두석도 외롭게 자랐어요. 그러므로 승이는 자신이 겪었던 불행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죠. '담보'는 어른이 아이에게 가지는 기본적인 작은 관심과 연민에서 확장된 특별한 인연을 담고 있습니다."

강대규 감독의 전작은 여자 죄수들이 결성한 합창단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렸던 '하모니'(2010)다.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강 감독은 '담보'에도 전작에 이어 특별한 연대를 담기로 했다. 강 감독은 "'담보' 역시 '하모니'와 맥이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은 남남인 가족이지만, 이 이야기가 현실에서 소외당하는 가족들에게 필요한 부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영화를 관통한다. 강 감독은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자신의 단편 영화 '기다림'을 예로 들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친자가 아닌 아이를 6년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결국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기다림' 역시 가족애를 담는데, 세상을 떠난 엄마의 재혼 상대인 남성을 결국 '아빠'라고 부르게 되는 내용이다. 강 감독은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가족이란 개념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혈연지간의 가족도 있지만, 비혈연 지간의 가족도 있을 수 있죠. 결국 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담보'로 배우 성동일의 연기력도 재확인할 수 있다. '모성애', '가족에 대한 결핍', '불우한 어린시절' 등의 소재에 대해 성동일은 '거의 나를 두고 쓴 시나리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개인사가 담겼다는 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했다.

"성동일 선배님이 성장기에 얼마나 어려웠는지 압니다. 두석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영향이 없을 수 없겠죠. 경험을 통해 가진 감정을 표출한다는 건 '진짜'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막연히 좋아 보이는 것 이상으로 더 묻어났던 것 같아요. 인간 군상의 역할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소화하는 배우여서 크게 주문할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원 배우도 연기하면서 눈물을 너무 많이 쏟아서 스태프들이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어요. 배우들의 진정성이 영화에 담겼습니다."

▲'담보'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강 감독은 현장에서 박소이의 연기 선생을 자처하기도 했다. 수많은 카메라와 스태프들의 시선을 무섭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박소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의 감정을 공감하려 했다.

"중년의 남자들이 눈물이 많다고는 하는데…. (웃음) 연기도 잘 못 하지만, 아이에게 제 눈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라면 이렇게 표현할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표현하고 싶니'라고 수없이 물었죠. 그러면서 '담보'의 슬픈 감정을 끌어냈어요. 인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서로 노력한 거라 소이와 저 둘 다 각별해졌어요.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아이한텐 창피하지 않더라고요. '담보'여서 가능했죠."

'담보'를 본 관객들이 많이 회자하는 장면이 있다. 승이가 함께 이동하는 차 안에서 두석에게 "근데 담보가 무슨 뜻이에요?"라고 묻는다. 두석이 "다음에 보물이 된다"고 답하자 승이는 "그럼 내가 아저씨 보물이에요? 난 보물이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사람 사는 거에 관심이 많아요. 사회적으로 이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아직 살아가야 하는 힘이 필요하잖아요. 부정적인 상황을 뛰어넘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빚이 아닌 빛이 되는 '담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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