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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때부터 ‘착한 사람이 돼야 한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등의 말을 듣고 자랐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어지간하면 양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 좋으련만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고, 양보를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곤 한다.
문제는 ‘불끈’하고 솟아오르는 상황에서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때다. 자기도 모르게 쌓인 화가 하나의 병이 되는 ‘화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화병의 줄임말인 화병은 억울함 감정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억누른 채로 참기만을 지속해 우리 몸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상실돼 정신적,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화병의 정신적 증상으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면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곤 한다. 목이나 명치에서 뭉쳐진 덩어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지속된다. 이로 인해 신체적으로는 가슴이 심하게 뛰고 잠을 설친다.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르고 식욕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화병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심장에 주목해야 한다. 심장은 감정을 조율하는 장기이자,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관이다. 쌓인 스트레스와 울화가 가슴속에 쌓이면 심장이 과열되고 기능에도 이상이 생겨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신체 곳곳에 이유 없는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한 가지 장기만 공격받아도 모든 장부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화병 증상을 빠르게 해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과열된 심장을 안정시키고 자율신경을 바로잡아 오장육부의 균형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개인의 체질에 맞는 정밀한 진단과 처방이 선행되어야 한다. 관련해 충분한 치료 경험을 갖춘 의료진을 찾아 자신의 증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임형택 자하연한의원 원장은 “화병은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속에 쌓아두고 참아서 생기는 착하고 약한 사람들의 병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당장 죽을 정도의 고통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방치하지 말고 증상이 더 커지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