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잇따른 사망…물류 시스템 들여다보니

입력 2020-10-22 16:24수정 2020-10-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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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가 직접 분류작업…온라인 시장 커지면서 부담 더 커져

(국회사진취재단)

빠른 배송을 자랑하던 택배업계의 그림자가 짙다. 이달 들어 택배기사 사망 사건이 이어졌다. CJ대한통운 송전대리점에 소속된 택배 노동자 김 모(48) 씨가 물건 배송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 모(36) 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분류작업을 비롯한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택배업계가 택배기사 사망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택배 물류의 흐름을 보면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물건을 보낼 경우 기사가 택배를 수거해 집배점으로 보내고 이는 다시 지역 집배송 센터로 모인다. 이후 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해당 지역 허브 터미널을 거쳐 도착지 주변 집배점에 물건이 도착하고 여기서 기사들이 다시 물건을 인수해 최종 목적지에 배달하게 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문제는 물품 분류를 택배기사들이 일괄적으로 도맡아 하면서 생기는 과로다. 이에 따라 물류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개선안을 집중적으로 마련 중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1000여 명을 포함해 모두 4000명이다.

현재 택배현장에는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구축되어 있어 분류지원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원인력 투입으로 분류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초과물량이 나오는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해 개별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물량이 택배기사에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MP)를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해 작업 강도도 낮추기로 했다. 현재 택배 물량 중 소형택배 화물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 작업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 물류 터미널에서 자신이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직접 해왔다. 분류작업을 통해 택배물을 차량에 싣고 나서야 본격적인 ‘배달’에 나설 수 있다.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 업무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사비를 털어 분류작업을 맡길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들이 추석을 앞두고 파업을 추진했던 것도 이러한 분류작업 부담 탓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택배기사들의 물량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택배노조 측은 하루 평균 6~7시간을 분류 작업에 할애하면서, 택배기사 하루평균 노동 시간이 13시간을 넘게 됐다고 주장한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주 평균 71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다. 그 핵심적인 요인은 택배사들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분류작업”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분류작업은 사실상 ‘공짜노동’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택배기사들은 배달 건수에 따른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몇 시간씩 걸리는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택배기사들의 부담을 덜고자 택배 주문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택배기사 사망 사건 이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당분간 택배 주문을 자제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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