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해봄] 동네슈퍼도 언택트 시대 맞춰 변화한다…스마트슈퍼 사용설명서

입력 2020-10-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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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해봄’ 코너는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현상이나 유행에 대해 기자가 직접 경험하고 소개하겠습니다. 현 사회에서 누군가는 궁금해하지만, 막상 시도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을 직접 해보고 전달하겠습니다.

▲'스마트슈퍼' 형제슈퍼의 외관이다. 바깥엔 형제슈퍼 간판을 볼 수 없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스마트슈퍼? 과연 미래형 슈퍼인 걸까? 외관도 그만큼 동네슈퍼와 차이가 있을까?”

기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비대면 소비 확대 등 언택트 시대에 맞춰 동네슈퍼의 변신을 꾀한 ‘스마트슈퍼 1호점’이 개점됐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특히 기자도 동네슈퍼를 많이 이용하는 자취생이기에 새로운 형태의 동네슈퍼가 탄생한다는 소식에 이곳을 찾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스마트슈퍼 1호점’ 형제슈퍼(나들가게 셀프 슈퍼마켓)는 외관도 일반 동네슈퍼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미래형 슈퍼라기엔 겉보기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과연 외관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곳이 스마트슈퍼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슈퍼가 야간에 무인으로 전환될 시 해당 출입인증기에 신용카드를 꽂거나 삼성페이 등의 간편결제가 되는 휴대전화를 대야 한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슈퍼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출입인증기가 보였다. ‘주간은 유인매장으로 운영되며, 심야에만 무인운영으로 전환된다’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었다. 무인운영 시 출입하려면 신용카드나 삼성페이 등을 출입인증기에 꽂거나 대야 했다. 가게 안에서 최제형 형제슈퍼 대표가 기자를 맞이했다.

내부에는 생필품과 식료품 등이 빼곡하게 가게를 메웠다. 최제형 대표에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여기에 있냐고 묻자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슈퍼에 있다고 했다. 결국 이 슈퍼는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무인가게로 운영되는 셈이다.

기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무인슈퍼에서 중장년층 이상 소비자는 물건 구매를 손쉽게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기자는 롯데리아에서 키오스크(무인종합정보안내시스템)를 잘 다루지 못하는 노인분을 위해 대신 음식을 주문해줬다.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키오스크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년층이 많다. 실제 KT는 시니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키오스크 교육용 앱’을 무료 배포하고 있으며,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노년층을 위한 키오스크 사용법, 극장예매법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노년층이 비대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제형 대표에게 노년층이 키오스크에 잘 적응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자리에 있을 때도 키오스크 사용을 돕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무인슈퍼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슈퍼가 그래서 뭔데요?

스마트슈퍼는 낮에는 주인이 가게를 지키고 밤에는 키오스크가 가게를 지키는 혼합형 무인점포다. 무인 출입장비, 무인 계산대, 보안시스템 등의 스마트 기술과 디지털 경영을 기반으로 한 동네슈퍼의 새로운 롤모델이다.

스마트슈퍼는 중기부에서 동네슈퍼가 비대면 소비 확대 등의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도록 디지털 대전환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소상공인은 비대면 등의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했으나 자본 부족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정책을 통해 중기부는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기술과 경영교육 등을 지원해 골목상권에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스마트슈퍼는 내년에 800개, 2023년에 2500개, 2025년 4000개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스마트슈퍼의 키오스크다. 화면의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계산할 수 있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스마트슈퍼 사용설명서(무인 ver.)

최제형 대표는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전 장바구니에 아무 물건이나 담으라고 했다. 그래서 점심거리를 담았다. 취재는 좋지만, 혼밥은 슬펐다. 근 10년 만에 보는 오락실 대표 과자 ‘꾀돌이’와 물 한 병, 빵 한 개를 담았다. 최제형 대표는 물건을 담은 후 키오스크에서 ‘시작하기’ 버튼을 눌렀다.

▲상품등록 화면이다. 상품 바코드를 찍은 후 결제 버튼을 누르면 결제할 수 있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상품등록’ 화면이 나왔다. 상품등록이 나오면 화면 아래에 있는 바코드 스캐너에 해당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야 한다. 바코드를 무사히 찍었다면 상품 이름과 함께 가격이 나온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보라색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만약 실수로 바코드가 두 번 찍혔다면 휴지통 모양의 삭제 버튼을 통해 물건을 삭제할 수 있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만약 바코드가 잘못 찍힌 상품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수나 오류로 바코드가 잘못 찍혔다면 상품의 이름과 수량 금액이 쓰여 있는 맨 오른쪽에 휴지통 모양의 ‘삭제’ 버튼을 누르면 된다. 기자도 실수로 바코드를 두 번 찍었기에 삭제 버튼을 통해 해당 물건을 삭제했다.

▲포인트 적립 버튼이다. 상품 선택 이후 바로 포인트 적립으로 넘어간다. 포인트 적립은 전화번호나 카드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적립이 번거롭다면 건너뛰기를 누르면 된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화면 오른쪽 하단 부분을 보면 ‘결제하기’ 버튼이 있다. 결제하기를 누르면 포인트 적립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여기서 포인트를 받고 싶다면 ‘포인트 카드번호로 조회’나 ‘전화번호로 조회’ 버튼을 눌러 회원가입을 진행하면 된다. 해당 포인트는 스마트슈퍼 전용 포인트며 나중에 포인트를 통해 할인을 받거나 물건을 살 수 있다. 기자의 거주지는 현재 대방역 인근이기에 포인트 적립을 시도하진 않았다. 포인트를 적립할 생각이 없다면 아래 노란색 버튼의 ‘건너뛰기’를 누르면 된다.

▲결제 버튼을 통해 신용카드를 삽입하거나 휴대전화의 삼성페이를 통해 간편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금결제는 불가능하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드디어 결제 버튼이 나온다. 결제는 카드나 삼성페이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금 결제는 없다. 결제하는 게 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한데 보통 30초 정도인 다른 키오스크와 달리 이곳에서 결제는 20초 안에 카드를 삽입하거나 삼성페이 등의 휴대전화 카드를 대야 한다. 휴대전화 카드 같은 경우 비밀번호를 쳐야 하기에 손이 느린 기자로서는 아쉽게도 첫 시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 그 상태에서 재시도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제가 모두 완료된 화면이다. 영수증을 발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아무튼, 결제 완료가 되면 이렇게 신용카드 결제 내역이 나온다. 영수증을 발행할 수도, 발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자는 물과 과자, 빵을 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영수증을 받았다. 그렇게 되면 이제 결제는 끝이다. 키오스크를 통해 하나의 상품을 구매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슈퍼 내·외부를 비추는 CCTV다. 총 12대가 설치돼 있다고 하며 가게의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다. (윤상호 인턴기자 shark9694@)

동네슈퍼의 똑똑한 변화

만약 스마트슈퍼가 이렇게 확산한다면 이제 편의점과 동네슈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만, 사람이 없는 만큼 무인 시간대는 소비자의 양심에 맡기는 것일까?

무인 시간대에 범죄 같은 것은 없는지 물었다. 최제형 대표는 CCTV 화면을 보여주며 “아무래도 CCTV가 12대고 주변이 밤일 때도 환하다 보니까 (범죄는) 아직 확인된 바는 없고 주민들이 잘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말 CCTV는 많았고, 점포를 구석구석 비춰주고 있었다.

이어 동네슈퍼를 24시간 운영할 때 이전보다 매출이 더 나오는지 물었다. 정부에서 스마트슈퍼에 맞춰 키오스크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최제형 대표는 “아르바이트생은 인건비 부담이 돼서 개인슈퍼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못 썼다”며 “이제 24시간 가게 문을 여는 게 가능해 야간에 손님이 많이 올 때는 25명 정도 오고 평균 10명 정도 오니까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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