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콘텐츠 소비자가 보는 KBS 수신료

입력 2020-10-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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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전 한국유통학회장

요즘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매우 분주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KBS 수신료를 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인상 이야기가 나돌자 새롭게 그 이유를 따져 보고 싶어한다. 1960년대 시작된 수신료는 전기료와 합산되어 전기를 끊거나 TV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무조건 내야 한다. 영국과 일본의 예를 들며 국내의 수신료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강조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콘텐츠 소비자의 강제적 수신료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미국처럼 순수하게 시청자의 기부금으로, 뉴질랜드처럼 광고만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와 같은 경우 세금과 광고로 운영한다. 따라서 반드시 수신료 징수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 혹은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수신료를 다시 따져보자는 것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공급업자로서 KBS의 역할과 가치를 논하자는 것이다. 60년대에는 한 TV 제조사의 광고처럼 한 동네에 TV가 한 대인 경우가 많았다. 또 방송 3사만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었으니 TV 보유는 곧 KBS 시청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한 가구에 다수의 TV가 존재하게 된 80년대부터 TV 보유는 TV 시청과 별개가 되었으며 이후 가구당 징수 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에는 수많은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업체가 존재하며 KBS마저도 프로그램 제작을 외주에 의존하고 있다. 요사이엔 유튜브와 넷플릭스, 그밖의 국내외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정말 다양한 뉴스, 드라마, 영화, 쇼 프로그램을 볼 수 있으며 KBS 프로그램이 사라진들 별다른 불편이 없다는 소비자들도 매우 많다. 방송의 공익성 때문에 공영방송이 필요하다고 하나 공익성 자체가 오락성만큼이나 소비자의 채널 선택 기준의 하나일 뿐, 더도 덜도 아니다. 아니 기준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시청하지 않으면 공익성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KBS의 공정성이나 정치적 편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타 방송국이나 신문을 비판하며 KBS의 비교우위를 말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비판의 대상이 되는 콘텐츠 제공업체는 공영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시청료가 수신료로 전환되었듯 이제 수신료는 시청료로 다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콘텐트 소비자의 입장이다. 즉 동영상 콘텐츠의 시청 시간에서 KBS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청료 책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2500원을 만 원 단위로 올린다면 케이블 채널 구성에서 KBS 채널의 포함 여부를 소비자에게 물어야 한다. 한때 IPTV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지상파 채널이 빠질 수 있다는 엄포가 효과를 발휘한 것을 보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특정 채널은 제거될 수도 있다. KBS 공적 과업의 상당 부분, 예를 들어 방송의 디지털화는 사업자인 KBS가 책임지는 영역이지 시청자가 직접적으로 부담해야 할 영역이 아니다. 생산설비도 갖추지 않은 사업자가 무슨 자격으로 사업에 나서는지 소비자는 의아스러울 뿐이다.

일제강점기 라디오에 부과된 수신료 제도를 TV에 적용한 결과이니 이참에 일제의 잔재를 제거한다는 의미에서도 재검토할 만하다. EBS나 교육방송은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여 프로그램 단위로 과금되는 주문형비디오(VOD) 형태로 자녀를 둔 소비자가 부담하면 될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시청하지 않는 해외방송이나 영어방송은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니 정부의 세금으로, 그리고 해외의 한류 콘텐츠 방송은 수혜자인 각종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지상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굳이 지키려는 각종 규제는 혁신적 디지털 뉴딜정책 추진에 발맞춰 과감히 완화되어야 한다.

논의를 정리하면 시청료 인상은 가능하지만 그전에 채널 선택권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제안이다. 그래야 공공성 확보나 경영 합리화에 있어 KBS가 남다른 역할을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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