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어느 날 제자 한 명이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스승이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울고 있느냐?” “꿈을 꾸었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너무나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더니 나직이 말하였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가 1960년대에 만든 영화의 제목이 ‘달콤한 인생’이다.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엔 순수와 타락, 진실과 거짓, 부와 가난, 강함과 약함이 대립되고 혹은 뒤섞이면서 존재한다. 김지운 감독은 이런 무거운 주제의식을 ‘한국적 느와르’라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영화의 첫 장면도 역시 선문답으로 시작한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이병헌의 내레이션은 조직의 보스 강 사장(김영철)과 선우(이병헌) 그리고 보스의 애인인 희수(신민아)와의 얽히고설킨 애증의 험로를 예고한다.
어찌 인생이 달콤하기만 하겠는가? 공포의 팬데믹과 최악의 불경기로 자영업은 문을 속속 닫고 모두가 지쳐 있는 이때…. 가장 달콤했던 인생의 한때를 기억하며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