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증세' 엎친 데 '임대차 법' 덮쳤다…법인 갭 투자자 '전전긍긍'

입력 2020-10-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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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증세 피하려면 내년 6월까지 처분해야
매매시장서 '전세 낀 집'은 찬밥신세

인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를 전세 주고 있는 A씨는 요새 마음이 급하다. A씨는 세금을 아끼려 법인을 설립, 법인 이름으로 집을 샀는데 정부가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서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면 집을 팔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세입자 주거권을 강화하도록 주택 임대차법이 개정되면서 세입자가 있는 집은 수요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A씨는 세입자에게 이사비와 전세자금 대출이자까지 내줄 테니 집을 비워달라고 부탁했다. 세입자가 원하면 집을 시세보다 싸게 팔겠다고도 제안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법인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과세를 피하려면 집을 처분해야 하지만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은 인기가 없어 팔기가 쉽지 않아서다.

발단은 정부가 7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7ㆍ10 대책)'이다. 정부는 7ㆍ10 대책에서 내년 6월부터 법인 부동산에 양도소득세율 20%포인트를 가산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도 집값에 상관없이 최고세율(2주택 이하 3%ㆍ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6%)을 적용해 부과한다. 절세용 법인이 주택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걸 막겠다는 명분에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그달 말 임대차법이 개정되면서 주택 처분을 위한 출구도 좁아졌다. 새 임대차법은 기존 세입자에게 최장 2년까지 임대차 계약 갱신을 보장하고 재계약 시 임대료ㆍ보증금 인상 폭도 5%로 제한하고 있다. 세입자는 주거권이 보장돼 좋지만 집주인 재산권은 제한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전세를 낀 집은 인기가 떨어졌다. A씨 아파트 단지에선 세입자가 들어와 있는 매물은 그렇지 않은 물건보다 10% 이상 값이 낮다. 그마저도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

부동산 투자 법인 가운데는 투자금을 줄이기 위해 집을 산 후 전세를 주거나 처음부터 전세를 끼는 일이 많았는데 부동산 증세와 임대차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이중으로 역풍을 맞게 됐다. 그나마 투자 수요가 여전한 수도권에선 사정이 낮지만 비(非)수도권 투자자는 주택을 처분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전세를 낀 집 가격이 낮아지면 기존 세입자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넘어서는 '깡통전세'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못 돌려받는 식으로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를 낀 집은 매수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세금 부담 등으로 차익 실현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는 매물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처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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