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강화ㆍ고부가化로 맞대응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역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수출을 견인해온 효자종목 자동차, 조선, 철강, 유화 등 소위 '굴뚝산업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한편으로는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한편으로는 다이어트 경영 등을 통해 위기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16일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중 수출실적에 따르면 자동차는 지난 9월에 비해 18.4%가 감소하며 '수출효자종목'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법인에서 직접 생산하는 차량이 늘어남에 따라 수출 실적이 감소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직은 그나마 수출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조선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해운선사들의 선박 발주 취소로 미래는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정작 문제는 중소 조선사들이다. 대형 조선사의 경우 평균 3년 정도의 수주 잔량이 남아 있는 상태이나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해운선사의 발주 취소는 그대로 경영난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들어 지속적인 수출 급등세를 이끈 석유제품도 최근 유가 하락과 수요 감소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정제마진 축소 등으로 수익성도 저하됐다.
대표적인 에너지기업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울산공장의 경우 일부 라인은 가동이 멈춘 상태"라며 "시황이 호전되면 즉시 가동재개가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위기상황에 따라 각 산업별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 자동차, 판매강화책 마련 및 신차개발 지속
자동차 업계는 이미 감산 및 생산 중단 등 강력한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M대우는 내달부터 일시 생산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며 완성차 업체의 핵심 생산활동인 신차 출시마저 연기하기로 했다.
조세프 애들랭거 GM대우 구매담당 부사장은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상황의 악화로 신차 출시를 1년 연기할 것"이라며 "수출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 3월까지 부평, 군산, 창원공장 등의 조업을 일부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GM대우 입장에서 신차출시 연기와 공장가동 중단은 사실상 극약처방이라고 할수 있다.
쌍용차도 내년 생산목표를 30%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이며 르노삼성도 내수 및 수출물량 감소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된다고 앉아서 호전되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자동차 업계는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재고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차 주주들과 HMC투자증권의 현대차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신차개발을 비롯한 R%D 투자는 지속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개발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라며 "다른 부분에서 비용절감 노력을 하더라도 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는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조선·철강 등 다이어트 및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주력
조선ㆍ철강 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이미 수요 급감으로 건설용 철강제품 생산을 줄인 데 이어 가격도 내렸다. 동부제철 역시 4분기에 냉연제품을 10만t 가량 감산할 계획을 세우는 등 다이어트 경영에 돌입한 상태이다.
철강업계의 큰형인 포스코도 감산과 가격인하는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철강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국내 산업의 효자역할을 한 조선산업도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삼성·대우조선 등 '빅3'는 VLCC(초대형 유조선)나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분야의 생산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들 선두 조선업체들은 기업 신용도가 높아 금융권에서의 지원 등도 상대적으로 수월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한 연구원은 "한국은 유가 안정, 신흥시장 수출 증진, 수주산업의 물량 확보 등으로 다른 국가들보다는 나은 상황일 것"이라며 "기업들이 이 위기를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아 미래를 보는 투자로 우리 경제에 만연한 불안감 해소에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