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청약경쟁률 1위 아파트, 지금은?

분양권 전매시장이 다시 열렸다. 5년 만에 강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전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재개될 분양권 전매시장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분양권 전매시장이 본격 활황세를 보였던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 동시분양은 매번 새 기록을 만들어냈다. 유명 건설사가 지은 좋은 입지에 대단지로 짓는 물량은 평균 청약경쟁률이 100대1이 넘었고 강남에 공급되는 물량은 30~40가구 규모의 '나홀로아파트'마저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청약시장 열기가 사라진 것은 지난 2003년5월 5.8 투기억제대책에 기인한다. 이를 통해 분양권 전매가 완전히 금지됐기 때문이다. 2003년 7월 이후 공급 물량부터 분양권 전매가 완전 금지되자 청약시장은 기세를 잃었고 이듬해인 2004년부터는 동시분양 무용론이 나올 만큼 침체에 빠졌다.

결국 1992년 처음 도입된 서울지역 동시분양은 2005년 11월 제 10차 동시분양에 나온 은평구 불광동 현대홈타운2차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반대론자들은 '투기수요 유입 방지'를 위해 분양권 전매 자유화를 반대하지만 분양권 전매 시장이 일정 부분 주택시장 발전에 기여한 것만은 사실이라는 게 전문가 평가다.

부동산뱅크 이정민 취재팀장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자 곧장 서울시 동시분양이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면 분양 시장에 수요가 많이 몰리게 되기 마련이며, 이에 따라 업체들의 분양 전략도 한결 짜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분양에서 청약 경쟁률 1위를 기록한 물량은 분양권 프리미엄에서도 언제나 1위를 차지했다. 서울 동시분양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지난 2003년 5월 제4차 동시분양에서 선 뵌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로 587가구 공급에 무려 11만3701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특히 1가구만 모집한 도곡렉슬 142㎡는 4795 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1826만원이었지만 분양 5년이 지난 현재 매매가는 3.3㎡당 4535만원으로 150%의 프리미엄을 가져다 줬다.

또 당시 청약접수에서 118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렉슬 109㎡도 분양가가 3.3㎡당 1802만원에서 현재 3.3㎡당 3864만원으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청약경쟁률 2위는 2002년 4차 동시분양에 나온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 3차. 이 단지 105㎡는 21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당시까지 최고 동시분양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3.3㎡당 809만원에 분양된 래미안공덕3차 105㎡의 현재 매매가는 3.3㎡당 2344만원으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2002년 7차 동시분양은 분양권 전매 완전 자유화 물량이 마지막으로 나온 동시분양이다. 이 해 8차 동시분양부터는 계약 후 1년이 지나야 전매를 할 수 있게 개정됐다. 이에 따라 어느 동시분양보다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2002년 7차동시분양에선 성동구 금호동 한신휴 105㎡가 20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제 가치보다는 마지막 전매 가능 물량이란 점에서 '거품'이 다소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한신휴 105㎡도 현재 매매가는 3.3㎡당 1820만원으로 분양가(3.3㎡당 664만원)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그리고 이해 2차 동시분양에선 사상 최초로 서울지역 동시분양 경쟁률 1000 대 1을 넘어선 아파트가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주피터 109㎡. 이 아파트는 130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권 전매 전성시대를 활짝 연 아파트로 꼽힌다.

3.3㎡당 1203만원에 분양된 이 아파트의 현재 매매가는 2303만원으로 가격 상승세 만으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재개된 분양권 전매시장은 과거와 같은 열기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프리미엄을 보증하는 아파트인 서울지역 대단지 아파트가 이젠 과거처럼 찾아보기 어려운데다 분양가 자체가 너무 높아 프리미엄 상승 소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분양권 전매가 완전 자유화된 시점이 지난 98년 초반이지만 분양권 전매 시장이 달궈진 것은 이보다 3년 가량 뒤인 2001년 하반기였던 점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경기 위축과 주택공급량 과잉 상황으로 인해 분양권 전매시장의 활성화가 단기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7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인해 분양권 전매가 자유화된 후 처음으로 선 뵌 경기 부천시 약대동 약대 두산위브의 경우 1,2 순위 합계 10% 미만의 초라한 분양성적을 거둬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 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 센터장은 "IMF 당시 건설업체가 본격 구조조정에 들어간 시기는 1998년 하반기부터 2000년 초반까지로 분양권 시장이 본격 활성화된 2001년 하반기는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끝난 상태였다"며 "업계가 앞으로 구조조정 기간을 거쳐야 하고 경기도 회복되어야 하는 만큼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분양권 시장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