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취재 결과 일부 백화점 '변칙 할인판매' 드러나
비교적 여유있는 중상류층이 주 고객인 백화점마저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할인기간이 아님에도 변칙적인 할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경기로 인한 판매부진이 원인이지만 ‘백화점=정찰제’라는 공식만 믿고 '제 값 주고 산'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고객 대부분은 비싸지만 질 좋은 상품, 그리고 예외없는 '정찰제'를 백화점에서의 구매 동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일부 백화점에서는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변칙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찾아간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4층 수입명품 매장. 직원은 와이셔츠를 찾는 기자에게 '알테아' '랑방' 등 남성용 와이셔츠를 정찰가보다 10%를 할인한 가격에 팔겠다고 제의했다.
이번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찾았다. '레노마' 와이셔츠 3개를 골라봤더니 정찰가격은 37만4000원이었다. "너무 비싸다"고 말하자 직원은 바로 "절대 비밀"이라는 말과 함께 10%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마침 점심시간을 이용해 쇼핑에 나섰다는 회사원 K씨는 이 사실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K씨는 "그동안 속았다는 느낌"이라며 "사실이라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굳이 백화점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14일 찾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할인폭과 함께 조건도 제시했다.
카운테스마라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함구령과 함께 "12만원대 와이셔츠 3개를 구입하면 20%를 깎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지적하자 백화점 관계자는 "고객 형평성을 감안할 때 분명 잘못된 일"이라면서 "매출 부진으로 일부 점포에서 판매원 임의로 할인판매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본사 차원의 판매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초 백화점들의 잇따른 그린프라이스(가격정찰제) 선언 이후 신사 정장의 가격정찰제는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2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한 신사정장 매장 직원은 기자가 "조금만 깎아 주면 사겠다"고 하자 "지난해까지는 암암리에 정찰가 대비 20~30%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점포가 많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똑같은 제품이 30% 할인된 가격으로 나온 이후 할인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입어 본 남성 정장은 지난해에는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됐지만 현재 똑같은 제품이 75만원 정찰제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같은 백화점 업체의 임의 할인에 대해 정부 부처는 대체로 "위법 사항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권해정 사무관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제 값 주고 사는 사람과 형평성이 어긋나는만큼 업계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보호원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소보원 권현진 사무관은 "가격표시제 위반 여부는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가격표가 부착된 상태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은정 간사는 "백화점의 편법 판매 행위가 소비자 불신을 조장한다"며 "장기적으로 업체에게도 큰 손해인만큼 정가에 좋은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