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소송·적자·루머"…은행권 '시련의 계절'

입력 2008-11-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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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에 턱없는 루머까지 '설상가상'

올 상반기만해도 잘 나갔던 은행권이 '리먼사태' 이후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각종 악재가 설상가상으로 겹치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금융권의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터무니 없는 루머까지 양산돼 마음 고생을 겪기도 했다.

이는 대부분 근거 없는 소문이거나 금융시장에서 불안 심리가 가중되면서 왜곡된 정보로 확산된 것이지만 해당 기업에는 씻지 못할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남겼다.

◆실적부진에 루머까지'속앓이'

국내 은행들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13조2000억원)대비 무려 36.2%나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LG카드 매각이익 등 특별이익(3조2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15.7%나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은 부실여신 증가로 인한 대손충당금 등 충당금 전입액이 2조2000억원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연일 큰폭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3분기 이후 고점 대비 최소 40%에서 최대 65%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특히 태산LCD 등 파생상품 관련 손실로 2507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한 하나금융지주가 7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비록 순익은 감소했으나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는 점에서 기업의 리스크는 오리려 줄어든 셈이지만, 업계와 투자자들이 크게 놀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권의 자금경색 현상이 심화되면서 각종 루머도 양산됐다.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곳은 하나은행이다. 다른 은행에 합병될 거라는 소문에서 원화 및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있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턱없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하나금융측은 진화에 적잖이 애를 먹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원화 지급준비율은 108%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외화 기준으로도 97%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감원의 지도비율(원화 100%, 외화 85%)을 훨씬 웃돌고 있는 상태다.

국민은행도 한때 외화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면서 때 아닌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

심지어 한미간 중앙은행의 통화스왑이 국민은행의 외화유동성 때문에 서둘러 추진됐다는 얘기까지 나돌았으며, KB금융지주가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유동성 부족을 뒷받침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는 결국 금융지주로 전환하면서 매입한 자사주(4조원 상당)를 일부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하려던 계획이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와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 울고 노사갈등에 피멍까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은행이다. 최근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워인컴펀드'에 대한 금융분쟁에서 '손실금액의 50%를 배상하라'는 금감원 결정이 내려지자 법적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또 다른 다수의 투자자들이 단체 소송을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골치를 앓아야 할 형편이다.

여기에 최근 신성건설이 최종 부도를 맞으면서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건설사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섰던 우리은행으로서는 밤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 여신의 경우 대부분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상태여서 부실 가능성은 없다는 게 우리은행측의 설명이다.가슴 속 커다란 근심꺼리를 안고 있기는 SC제일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이후 본부조직에 '칼'을 대기 시작한 SC제일은행은 노사간 합의없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노사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까지 197명이 반 강제적인 희망퇴직을 한 상황이며, 본점 직원 572명중 150여명이 일선 영업점으로 재배치된 실정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감원이 지속될 거라는 소식에 사내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과 다름없다.

특히 노사 협상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노조측이 파업을 결행할 경우 다시 한번 파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외형적인 모습은 '희망퇴직'이나 실제로는 강제적인 퇴직과 다름없다"면서 "사측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계속 강행할 경우 파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 불어 닥친 혹독한 시련을 은행권이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갈지 금융권과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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