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규제 찬반
규제는 기업과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일까, 뒷받침하는 지지대일까.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문제다. 규제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고루 들어봤다.
현실성 없는 규제 많아 OECD 5위
◇ “규제 비용 결국 국민이 떠안아” =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규제라는 칼을 휘두르며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 기업 환경 규제 등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다수 법이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0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규제 수준은 35개 회원국 중 5위를 기록했다.
양 교수는 “규제를 선보이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에 불과하다”며 “현재 여권은 총선에서 압승해 견제 세력이 부재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은 자신들의 정치 진영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규제에는 현실성이 없는 게 상당수”라며 “충분한 논의 없이 만들어진 규제에 대한 비용은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 규제에 대한 관점을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 조항도 문제라고 했다. 양 교수는 “안전 및 환경을 제외한 모든 기업 관련 법에서 정부가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조항의 개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부 지원 등 정책적 보호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스스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몰제 활용…지나친 규제엔 반대
◇ “경영자의 이해만을 고려해선 안 돼” = 이와 달리 규제가 오히려 기업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 제기되는 규제에 대한 지적들은 오로지 경영자(기업)를 위한 것이며, 기업 구성원 전체를 고려하면 규제가 실보다 득이 크다는 주장이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규제를 통해 보호되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거래법, 근로기준법, 하도급법, 환경보전법 등이 없는 상황에서도 기업이 알아서 스스로 소비자, 종업원, 하도급업체, 환경을 보호한다면 규제가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규제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여러 이해관계자가 상호작용하는 커다란 생태계이고, 규제는 이 생태계가 유지·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의 행위준칙”이라며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규제를 없애면 이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건 없는 규제에 대해서는 김 교수도 반대했다. 그는 “규제도 지나치면 안 된다”며 “규제영향분석, 규제일몰제 등을 통해 정부는 지속해서 규제의 존재 이유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김 교수는 기업 규제에 대해 경영자와 기업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과 같이 기업 내 여러 구성원이 나누고 있는 권한을 조정해서 재배분 하는 정책을 마치 기업 자체에 대한 규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영자나 지배 주주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이들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외부 주주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경영자 본인들에게는 부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업 자체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 맥락에서 ‘상법’ 개정안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경제 3법에 대해서도 기업 전체 구성원의 이해를 따져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