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점은행 선정 배경 '풀스토리'

입력 2008-11-14 08:56수정 2008-11-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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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협 인맥대결 불구...'성난 農心' 업고 뒤집기 성공

농협이 은행권 최초로 청와대 입점은행으로 선정된 가운데 그 선정 배경을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인식되고 있던 우리은행을 제치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리銀과 치열한 '입점 혈투'

청와대는 지난 6월 10일 청와대 직원들의 불편함을 감안해 은행권에 점포 입점을 제안했으며, 우리와 신한, 국민, 하나, 외환,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사실 청와대는 이용자 수나 잠재고객 측면에서 양호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곳이라는 업계의 인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입점 경쟁이 은행들이 열을 올렸던 것은 '청와대'라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애초부터 우리은행과 농협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고 다른 은행들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금융권의 인식이다.

우선 우리은행은 최근 특유의 영업력과 추진력으로 정부기관과 지자체들의 금고은행으로 잇따라 선정되면서 유리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특히 박병원 경제수석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신이고 이팔성 현 회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라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인식됐다.

농협도 정부청사를 비롯해 다수의 지자체 금고은행을 오랫동안 맡아오면서 공무원들에 대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실제적인 편익이 클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라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입점 경쟁은 금융권의 뜨거운 관심거리로 부각됐다.

우리은행과 농협간에 인맥대결로 귀결된 입점 경쟁은 결국 '청와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상황으로 치달았다.

◆청와대 '성난 農心'에 선물

하지만 두 금융사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은 의외의 변수였다. 농협이 '성난 농심(農心)'을 등에 업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

당초 청와대는 7월 초순경 최종 후보를 선정한 후 9월중 입점시킬 방침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돌연 입점은행 선정을 최근까지 약 네 달간이나 미루며 시간을 끌어왔다.

특히 청와대가 세부적인 선정기준이나 입찰 일정,계약조건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으면서 선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 증폭돼 왔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FTA 체결 반대'를 주장하며 거세게 대정부 시위를 펼쳤던 농민들을 적극 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더불어 최근 '쌀 직불금' 파문까지 겹치면서 청와대가 농심(農心)을 다독일 수 있는 '농협 카드'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요즘 농민들 형편이 상당히 어려운데 농협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토종은행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이같은 배경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농협 관계자도 "청와대 입점은 농협이 갖는 상징성과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실정이 많이 감안된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농협 내부에서 반발이 심한 '농기계은행'의 설립을 두고 청와대 금고 입점과 맞교환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농협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점했던 우리은행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해 다소 허탈한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과의 전·현직 막강 인맥을 통해 낙점을 내심 기대했었지만, 불필요한 특혜시비를 미연에 방지하려던 청와대의 의중이 담기면서 강점이 한 순간에 결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말 많고 탈 많았던 청와대 '입점 혈투'는 농심을 등에 업은 농협의 승리로 끝났지만, 청와대의 이번 결정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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