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소병훈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시가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람(5만9591명) 중 8877명(15%)은 금융권 대출이나 자산 증여ㆍ상속 없이 자신의 현금성 자산만으로 집을 사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현금으로만 고가주택을 산 사람 수는 2018년 2496명에서 지난해 3276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만 3105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수요 억제책과 반대된다. 지난해 정부는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엔 그 초과분만큼 주택 구매용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ㆍ담보 가치 대비 대출 한도 비율)을 40%에서 20%로 줄였다. 가격이 15억 원이 넘는 주택에 주택 구매용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자금 마련을 어렵게 해 고가주택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는 의도였다. 이 같은 정책은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현금 부자에겐 힘을 못 쓴다는 단점이 있다.
집값으로 현금만 받은 주택 중 최고가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산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이다. 정 부회장을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게 161억2731만 원을 주고 이 집을 사면서 전액을 자신의 예금으로만 조달했다. 현금으로만 집을 산 사람 중 최연소자는 2000년생으로 17억2430만 원이었던 서초구 방배동 '방배 그랑자이' 분양권을 예금으로만 샀다.
현금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산 아파트는 한남동 '한남 더힐'이었다. 이 아파트는 평균 가격이 33억 원이 넘지만 2018년 이후 41명은 현금으로만 주택 구매 자금을 치렀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송파구 장지동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FIRST CLASS)'에서도 현금으로만 주택을 산 사람이 각각 14명으로 집계됐다.
소 의원은 소“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소수의 현금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9월 기준 8억 5천만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집 없는 청년‧무주택자들이 대출 규제에 막혀 절망하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