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작은고추 vs 비지떡…‘미니보험’의 양면성

입력 2020-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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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차장

며칠 전 자동차보험을 갱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평일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주말에만 차를 이용하는 편이라 보험료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해왔다. 기존 보험과 달리 실제로 달린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상품에 눈길이 갔다.

반려견을 키우는 지인은 산책 중 생길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펫보험을 알아보던 중 산책을 시킬 때마다 간단하게 애플리케이션 스위치를 켜면 되고 금액도 한 번에 100원을 넘지 않는 상품을 찾았다고 한다.

보험이 달라지고 있다. 큰돈 들여 먼 미래를 대비하는 상품에서 저렴한 금액으로 실생활을 보장해 주는 상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존보험이 넓고 충실한 보장에 맞춰졌다면, ‘미니보험’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만 골라서 보장하되 기간은 비교적 짧고 보험료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카카오페이 인증으로 가입하거나, 쿠폰처럼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하는 보험까지 등장하는 등 점점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을 새롭게 도입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위험도가 낮은 소규모·단기 보험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보험업을 도입하고 최소 자본금 요건을 10억 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이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하면서 소규모 자본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자들도 많아져 미니보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해하기 쉬운 보장 구조와 저렴한 보험료는 합리적인 판단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1인 가구와 MZ세대(1990년대 중반~1980년대에 태어난 20~30대)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뜨는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니보험의 판이 커지면서 몇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니보험 가입 전 기존 보험과의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보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적은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다. 기존보험과 중복 보상되거나 반대로 원하는 보장이 들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소비자 스스로 상품을 골라야 하는 만큼 약관과 상품설명서를 자세히 알아보고 중도 해지 시 환급금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는 암, 자동차 외에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차별화한 상품을 선보여야 성장할 수 있다. 미니보험이 가장 활성화한 일본의 경우 소액단기보험사가 100여 곳에 이른다. 치한으로 의심받았을 때 변호사비용을 보상하는 치한보험, 홀로 사는 임차인이 사망했을 때 집주인에게 보상하는 고독사보험 등 이색적인 상품도 있다. 중국은 물품 반송보험, 항공지연보험, 교통체증보험을 판매 중이다.

자본 규모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명확한 설립 기준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등 위험을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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