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까, 외주 줄까”...‘전기차배터리 딜레마’ 빠진 전통차 업계

입력 2020-10-04 13:19수정 2020-10-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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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생산, LG화학·CATL 등 아시아 화학 회사가 주도 -테슬라·GM은 만들고 포드·다임러는 사오고

주요국들이 앞다퉈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면서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식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등 향후 20년 안에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가 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전통차 업계는 전기차 개발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지만, 최근 새로운 딜레마에 빠졌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과 외주 사이에서 제각각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구성 요소에서 가장 비싼 부품 중 하나로, 자동차 가격의 25~30%를 차지한다. 이 비용을 낮추는 것이 전기차 수익성 확보의 최대 관건이다.

내연기관은 자동차 업체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 온 반면, 전기차용 배터리는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 등 아시아의 전자·화학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배터리 생산을 자동차 업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 세계 규제 당국이 자동차 업체에 전기차 판매 비율을 높이도록 강요하고 있지만, 고품질의 배터리를 생산할 공장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딜레마를 부추기는 요소다.

테슬라는 일찍이 배터리의 자체 생산을 선언했다. 파나소닉과 손잡은 테슬라는 네바다주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파나소닉 등 다른 공급업체로부터 배터리 셀을 계속 구매하겠지만, 자체 생산 기술을 연구해 수요를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과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300만 제곱피트(약 27만8709㎡) 규모의 공장에 23억 달러(약 2조6887억 원)를 투자했다. GM은 이 공장에서 매년 수십만 대의 자동차에 장착할 배터리 셀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켄 모리스 GM 전기차 부문 부사장은 “LG화학과 손을 잡긴 했지만, 공급 업체에 의존하는 건 위험 요소가 남아있어 자체 배터리 셀 생산에 착수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스웨덴 배터리 스타트업인 노르스볼트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독일에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포드자동차와 다임러는 배터리 외주를 선호한다며 자체 생산에 부정적이다. 배터리 생산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신차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합작 투자를 하더라도 배터리 생산 설비를 새로 구축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제때 공급받을 것이란 확신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포드차의 하우 타이-탕 수석 제품개발·구매담당 책임자는 “여러 공급 업체와 계약하면 경쟁이 붙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연구를 수행하고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자본 집약적인 과정은 배터리 제조업체에 맡기겠다”고 했다.

포드차와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공급받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요에 맞추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자회사를 통해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들어온 다임러는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 취임 이후 외주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임러는 현재 중국 CATL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다만 다임러는 “자체적인 배터리 연구·개발은 유지하고 있다”며 자체 생산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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