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추석과 한가위

입력 2020-09-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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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우리 민족 고유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그런데 마음이 예년과 같지 않다. 추석이 코앞인데도 올 초부터 시작한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아 고향을 찾는 발걸음에 고심을 거듭하게 된다.

보통 우리는 추석(秋夕)에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등의 음식을 준비해 차례를 지낸다. 추석은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중국 문화와 관련이 있다. 일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면 음력 7, 8, 9월이 가을인데 중국에서는 8월이 가을의 중간에 들어 있어 ‘중추(仲秋)’라 불렀다. 또 8월 15일 때 보름달이 가장 밝고 커서 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중추절(仲秋節·中秋節)이라고 하였다. 신라 중엽에 한자가 성행했는데, 이때 중국에서 사용한 ‘중추’라는 말이 들어왔다는 설이 있다. 또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 ‘춘조월 추석월(春朝月 秋夕月 · 봄에는 새벽달, 가을에는 저녁달)’이라고 기록돼 있는데, 여기서 ‘추석’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한다.

추석을 일컫는 또 다른 말에 순우리말인 한가위가 있다.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를 의미하는 ‘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가운데인 보름이 가위이므로, 한가위는 ‘큰 보름’을 의미한다. ‘가위’의 유래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가위는 유리왕 때 궁중에서 하던 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했다.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 한자로 쓴 말로, 고어(古語)이다. 음력 7월 16일이 되면 여자들을 궁궐에 불러들여 두 편으로 가른 다음 8월 14일까지 길쌈(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일) 놀이를 하도록 했는데, 그 다음 날인 15일에 베를 짠 양을 비교해 진 편에서 음식을 내고 춤과 노래를 하는 등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또 일본 승려 엔닌(圓仁)이 쓴 여행기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신라가 발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8월 보름을 명절로 삼고 백성들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겼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신라 때 이미 8월 보름인 한가위를 명절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추석, 중추절 등으로 불리는 한가위는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고유 명절이다. 비록 올해는 고향을 찾는 발걸음이 예년만큼 가볍지 못하겠지만 고향을 찾는 이든, 찾지 못하는 이든 모두가 마음만은 풍요로운 한가위를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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