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코로나 피로(fatigue)’와 통계 보도

입력 2020-09-2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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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 고문

일전에 대학병원 내과에 근무하는 고교 동기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자료를 받았다. 한국과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와 검사 건수, 그리고 양성 확진 비율과 치사율을 비교하는 자료였다. 우리의 검사 건수 대비 확진율은 1%, 인구 대비 양성자 비율은 0.044%,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은 1.65%였다. 반면, 미국의 확진율은 8%, 인구 대비 양성자 비율은 2.46%, 치명률은 2.94%였다. 이에 따라 사망률은 우리가 0.0007%, 미국이 0.061%가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코로나 방역에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코로나의 치명률로만 보면 우리의 경우 계절독감과 큰 차이가 없는데 지나친 경계와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용이었다.

9월 17일 전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함께 첫 확진자 발견 이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확진자 수로 보면 미국이 682만 명으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고, 사망자 수만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누적 확진자 수에서 인도(511만 명), 브라질(442만 명), 러시아(107만 명)가 미국의 뒤를 잇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2개의 정보는 모두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자료이다. 그런데도 먼저 언급한 자료는 우리에게 코로나19가 별것 아니라는 인식을 주는 반면, 후기한 자료가 위기의식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과제구조를 어떻게 설정(framing)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제구조의 설정은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반응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도의 프레임을 긍정적으로 할 때 사람들은 위험 회피적인 태도로 반응하여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든지 연대를 형성하여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긍정적 측면을 추구한다. 반면 부정적으로 프레임할 경우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선택, 즉 벌컥 화를 낸다든지 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우울감(blue) 또는 분노(red)로 나타나는데 최근 분노가 많아졌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활동과 방역의 균형 문제는 코로나 발병 이후 현재까지 세계 공통의 관심사항이다. 스웨덴, 영국처럼 경제활동을 중시하여 초기에 집단방역을 유도하였던 국가도 있고, 우리와 같이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 경험이 많았던 국가들은 그 과정에서 방역체제를 확립하여 경제활동을 희생하더라도 방역에 우선을 두고 대응했다. 또한 미국과 같이 경제활동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하여 코로나가 대폭 확산하도록 방치한 나라도 있다.

현재 많은 수의 확진자를 낸 나라들은 경제활동을 중시하여 철저한 방역에 소홀히 했던 나라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경우 2015년 메르스 경험이 K방역 체제를 정비하게 된 ‘예방주사’가 되었다는 평가다. 실제 방역 실적에 있어서도 미국에 비하여 확진율, 인구 대비 양성자 비율, 치명률 모든 수치에 있어서 우리가 월등하다는 사실을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결국 우리의 경우 과거의 경험이 제도를 낳았고, 제도는 통계자료의 보도 태도를 프레임하여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였다는 점에서 과거의 경험은 현재 우리 국민들의 코로나에 대한 대응 태도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코로나 방역의 정치적 이용과 방역과정에서 정부의 국민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감시 등의 문제 제기 등 우리 국민은 코로나 ‘피로’로 지쳐 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우수한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부정적으로 프레임된 통계 보도로 지쳐 있는 국민들에게 안심을 주는 대신 짜증과 의혹을 일으키고 굳이 정신적으로까지 충격을 더하는 태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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