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TALK] 21일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치매, 원인과 예방법은?

입력 2020-09-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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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평생 쌓아온 기억을 잃으며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마저 흩트리는 병 ‘치매’. 환자 스스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만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경제적, 심리적 고통을 주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신경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걱정은 높아진다. 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이자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맞아 치매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치매의 원인은? 치매 환자 4명 중 3명은 알츠하이머병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치매 유병률은 약 10%가 넘는다. 나이별로 보면 65~69세 4.2%, 70~74세 9.0%, 75~79세 23.3%, 80~84세 27.2%, 85세 이상이 33.7%를 차지해 나이가 들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박기정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 빈도는 높아진다”라며 “다양한 발병 원인이 있겠지만, 알츠하이머병이 75%를 차지할 만큼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에 대한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지 않다. 나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혹은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들이 손상되고 뇌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이 외에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나이, 교육 수준, 고혈압, 당뇨, 머리 손상, 우울증이 있고, 최근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혈관 위험인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위험…5번 이상 출산하면 치매 위험 47% 높아

전 세계 치매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일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이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이 높고, 발병 후 진행 속도도 빠른 편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치매 환자는 남성이 38%, 여성이 62%로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이러한 남녀 차이에는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만, 여성만의 고유한 경험인 ‘출산’이 호르몬과 건강의 변화를 만들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브라질 등 총 11개국 3대륙의 60세 이상 여성 1만 479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출산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를 분석한 연구 결과 출산을 5번 이상 경험한 여성이 한 번만 출산한 여성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출산 경험이 없거나 2~4회 출산한 여성은 1회만 출산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 위험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대륙별로 그룹을 나눠 분석했을 때, 유럽, 남미와 달리 아시아에서만 예외적으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지역의 60세 이상 여성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는,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면 자의적인 비출산이라기보다 불임이나 반복적 유산 때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불임을 유발하는 호르몬 질환은 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반복적인 유산 역시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배종빈 교수는 “5번 이상 출산한 여성은 기본적으로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등 치매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높고, 출산에 따른 회백질 크기 감소, 뇌 미세교세포의 수와 밀도 감소, 여성호르몬 감소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라며 “이런 여성들은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해 정기적 검진을 받는 등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단순 건망증과 구별하려면 특정 ‘힌트’를 제시해보세요

치매 초기 증상은 사소한 기억력 감퇴다. 최근의 기억이 저하되고 새로운 이름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더욱 악화하고,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등 인지기능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혼자서는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박기정 교수는 “익숙하게 사용하던 도구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성격의 변화나 이상 행동이 관찰되기도 한다”라며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다수의 환자는 무심코 넘기기도 하는데, 특정 힌트를 제시하면 기억을 해내는지 여부로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순 건망증은 뇌에 각종 정보가 입력된 상태이기 때문에 단서를 주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힌트가 제시되더라도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단, 인지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완치는 어렵다”라며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 더 나아가 혈관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을 통해 치매를 사전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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