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부작용 '상상 이상'… 분쟁 늘고 전셋값 뛰고

입력 2020-09-17 16:53수정 2020-09-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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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부작용 속출… 집주인들 "마음대로 내집 팔지도 못해"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2+2년(1회 연장)으로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된 지 한 달 보름여가 지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충돌 사례가 잦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 제도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은 뛰는 규제 후폭풍도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114가 17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8월까지 5.90% 급등했다. 201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부터 16개월째 연속해서 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매물 품귀가 심화하면서 전세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9~1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29% 오른 바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전세 물건이 부족한 상황에 사전청약 대기수요까지 가세했다”며 “올해 가을은 지난해보다 높은 전세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이런 오름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치솟는 와중에 매매값이 안정세나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경기 안산과 용인, 인천 중구 등 수도권 외곽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값을 넘어섰거나 가격 차가 거의 없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 액수는 8월 말 현재 3015억 원(1516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총액인 2836억 원(1364가구)을 넘어선 규모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격화하고 있다. 집주인이 집을 팔아 새 매수자가 거주하려고 해도 기존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에 기존 집주인과 새 매수자는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이사비용과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을 쥐어주며 달래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8월 한 달간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는 5620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지난해 동기(2218건)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임대차 관련 상담은 1539건에서 5090건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에 2만400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인해 자신의 집을 마음대로 매매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신규 매수자가 실거주하려고 할 경우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은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 따른 주거안정보호기간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할 경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유권해석 등을 놓고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법 시행 후 나타나는 분쟁이 사례마다 다른데 법원의 판례가 쌓이기 전까진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제 적용 범위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장에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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