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내일까지 일하고 또 휴직에 들어가서요. 한 달 후에 뵐게요.“
두 달 전 항공업계에 출입하게 된 뒤로 심심치 않게 듣는 얘기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요즘에는 “휴직 기간 끝나고 다음번 근무 기간에 밥 한번 먹자”라고 답한다. 한 달간의 휴직 후 복귀한 이는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고 업무를 이어간다.
항공업계는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매각이 결렬됐다. 이에 정부 지원금이 몇조 원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과 수천억 원의 계약금을 두고 반환 소송이 벌어질 것이라는 추측, 매각 결렬에 대한 책임 소재 분석이 이어졌다.
인수ㆍ합병(M&A)이 무산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심화하면서 항공업계 종사자 수는 줄었다. 항공사 6곳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총직원 수는 3만6566명으로, 지난해 말 3만7230명보다 664명 감소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달에 이스타항공은 605명의 정리해고 대상자를 통보했다.
항공업계의 위기를 나타내는 각종 숫자와 분석이 쏟아진다. 통계는 때로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잊기 쉽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실직하게 된 친구를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묻는 글이 올라온다. 어떤 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방향과 목표를 잃었다”고 한탄한다. 누군가는 “휴직 기간이 길어지지만 희망을 가지자”고 동료들을 독려한다.
항공업계 M&A에 대한 기사를 1년 넘게 써왔지만 부끄럽게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보다 잔인하고 고달픈 상황에 부닥친, 살아있는 사람을 잊고 있었다.
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정책적 지원을, 시장의 구조조정을 말하지만, 오늘만큼은 옥상달빛의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 가사를 빌려 응원을 건네고 싶다.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