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22% “코로나 백신 승인되도 접종 안해”…전문가 “불신 해결 못하면 코로나 종식 요원”
6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은 백신에 대한 우려가 크다. NBC뉴스의 7월 설문조사 결과 미국 내 3만4000명 응답자 중 22%는 코로나19 백신이 정부의 승인을 받더라도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44%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같은 달 여론조사회사 갤럽의 조사에서도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가 35%로 조사 대상의 3분의 1을 넘었다.
특히 정치 성향에 따라 신뢰도가 나뉘고 있어 ‘백신의 정치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의학 전문매체 스탯의 조사 결과 백신의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답변은 공화당원이 80%, 민주당원이 85%로 차이를 보였다. ‘백신 승인 과정이 과학보다 정치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답한 민주당원은 82%로 공화당원과 10%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다음 달부터 의료 종사자와 교사를 대상으로 접종할 계획이었던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는 국민의 접종 거부 움직임에 부딪혔다.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는 지난달 14일 3000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2명 중 1명에 해당하는 52%가 새로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 거부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66%는 “그 효과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렉 살라가이 러시아 보건부 차관이 나서서 “백신에 대한 신뢰와 객관적인 안전성 평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스푸트니크V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지난달 22일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은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2%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답을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세계 3위인 브라질에서는 20%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5%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시한 접종 거부 사유는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부터 백신으로 인해 체내에 전자 칩이 이식될 것이란 음모론까지 다양했다.
코로나19 방역 선례로 꼽혔던 뉴질랜드에서조차 백신 거부감이 확산하며 백신 신뢰도에 대한 경각심을 안겼다. 뉴질랜드 마세이대학이 성인 10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1은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4분의 1은 아직 접종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호주 비영리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뉴질랜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는 잘해왔지만,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인식은 개인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의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속도를 강조한 개발 과정이 꼽힌다. 갤럽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백신이 빨리 승인된다면 안전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진지 베일리 마이애미대학 사회학자는 “‘워프 스피드 오퍼레이션’ 같은 명칭은 신뢰를 줄 수 없다”며 “실험이 제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기에 가라앉히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해질 위험이 있다. 에밀리 브런슨 텍사스주립대학 인류학 교수는 “백신 개발 과정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중보건이 더욱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사람들이 접종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백신이 개발되기만 하면 사람들이 와서 접종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