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배우순 대표 "부동산 정보, 시세가 전부는 아니죠"

입력 2020-09-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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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 외 다양한 정보 제공… 등기 무료 열람 서비스 석달만에 100만건 조회

▲배우순 디스코 대표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디스코(disco)는 ‘디스커버리 리얼 이스테이트(discovery real estate)’의 약자로 부동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발견한다는 뜻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부동산은 한국인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민 자산의 4분의 3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부동산 사랑이 유별나거니와 거래 단가도 다른 자산보다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여러 가지를 알아볼 수밖에 없다. 그 정보들을 따로 모으려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여간 발품이 드는 게 아니다. 배우순(38) 디스코 대표는 이런 고생을 줄이는 걸 회사 목표로 삼고 있다.

◇"어떤 부동산 정보든 찾아주자"

회사 이름부터 그런 포부를 담아 지었다. 디스코(disco)는 '디스커버리 리얼이스테이트(discovery real estate)'의 약자. 부동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발견한다는 뜻이다. 배 대표는 "'어떤 부동산 정보든 찾아주자'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실거래가 정보 제공에서 시작한 디스코는 현재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부동산 경매, 부동산 등기, 개발 정보 등을 이용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 여섯 가지는 디스코가 꼽은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필수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 사람들이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거래할 때 알아야 할 정보가 어떤 건지 잘 모르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며 "부동산을 샀을 때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에만 집중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건 가격이 적정한지, 해당 물건에 경매 같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다"며 "가격 추이에만 집중하다 보니 더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그러면서 디스코에 항의하러 찾아왔던 토지주 이야기를 꺼냈다. 이 토지주는 자신의 땅은 분명 도로와 접해 있는데 디스코엔 맹지(盲地ㆍ도로와 접한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로 나와 있다며 따졌다. 맹지는 토지시장에서 헐값을 받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디스코에 나온 토지대장을 보여주며 서류상으론 맹지로 나와 있다며 군청에 정정할 것을 권했다. 토지주는 덕분에 땅이 제값을 받게 됐다며 디스코에 고마워했다.

◇"등기, 700원 허들 치우면 필요한 정보 알 수 있어"

올해 초 시작한 부동산등기 무료 발급은 디스코의 히트작이다. 디스코가 미리 등기소에 건당 700원씩 열람 비용을 충전해놓고 사용자가 요청하면 바로 결제하는 식으로 등기를 무료 제공한다. 한 번 열람한 등기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다음 사람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디스코는 등기 100만 건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무료 등기 열람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배 대표는 "등기는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정보면서 가장 중요하다. 부동산의 형성 과정부터 유형까지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며 "700원이란 허들을 치우면 이용자가 진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다"고 했다.

등기 무료 발급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 디스코에 관한 입소문이 본격적으로 퍼졌다. 이후 디스코 이용자는 40만 명까지 늘었다. 다만 이용자 증가는 디스코의 양날의 칼이었다. 등기 열람 비용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이용자가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스코는 무료 등기 열람 서비스를 잠시 쉬고 있다. 배 대표는 "조만간 등기 열람 서비스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 두 채면 빌딩ㆍ토지도 살 수 있어"

배 대표는 원래 감정평가사로 일했다. 외국계 감정평가법인에서 일하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사옥 거래나 용산구 용산역 코레일 정비창 개발 같은 굵직한 부동산 프로젝트를 자문했다.

다양한 부동산 상품을 접하다 보니 시장이 보였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주택시장은 많이 투명해졌지만 토지나 상가, 빌딩 등 이른바 상업용 부동산은 정보가 부족한 평범한 사람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부동산시장이라는 곳이 폐쇄적인 부분이 있어서 정보가 많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열리지 않은 부동산시장이 있다고 생각해서 디스코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 생각대로 디스코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모든 부동산 유형을 아우른다. 아파트부터 토지와 상가, 사무실, 숙박시설, 공장, 창고까지 취급한다.

배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을 유망하게 평가했다. 아파트값 상승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투자처를 찾으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트는 많이 비싸져 있는 상태다. 강남 아파트 두 채면 원룸 건물이나 빌딩, 개발 호재가 있는 토지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이익을 본 사람은 부동산시장 자체는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그 자금이 아파트가 아닌 다른 쪽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 대표는 공인중개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그간 상업용 부동산을 취급하는 중개사는 물건을 알리고 싶어도 마땅한 플랫폼이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디스코는 이 빈틈을 노린다. 배 대표는 지난해부터 공인중개사협회와 각 지역 지회를 찾아다니며 디스코를 알리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최근엔 자발적으로 디스코에 중개 물건을 게시하는 중개사들이 늘고 있다.

배 대표는 "기존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는 공인중개사의 사업 파이를 줄이고 이들을 시장에서 소외시키는 역할도 한다"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같이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것이 플랫폼이 성장하는 데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런 정보까지 제공해?" 할 때까지

디스코는 조만간 앱 사용자 인터페이스(UI)ㆍ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개편할 예정이다.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배 대표는 "지금까지 플랫폼이라 하면 정보만 확인하고 나가는 데서 멈춰 있다. 플랫폼 안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며 개발 방향을 소개했다.

디스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도 여기에 있다.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을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디스코에서 투자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배 대표는 "정보가 가장 중요한 부동산시장에서 '디스코가 이 정도 정보까지 제공하는구나'는 생각을 이용자가 할 때까지 앱 기능과 서비스를 끊이없이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순 대표는

2009년 감정평가사가 된 후 DTZ코리아에서 부동산개발 컨설팅을 맡았다. 2016년 '디스코'를 창업한 후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세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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