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난 줄만 알았던 태풍의 악몽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제9호 태풍인 ‘마이삭’이 오늘 오전 한반도를 덮친 것이다. 이어서 제10호 태풍인 ‘하이선’까지 상륙할 예정이라고 하니, 태풍에 의한 피해를 수습할 새도 없이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하지정맥류 환자는 또 다른 문제를 염려해야 한다. 바로 태풍이 끝나고 시작될 환절기이다.
환절기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로, 보통 일교차가 10~15도 정도 차이가 나게 된다. 아침과 저녁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고 느껴지지만,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낮에는 한여름과 같은 무더위가 지속되기 때문에 외출 시 옷차림을 고민하게 되는 까다로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지정맥류 환자에게는 다리 건강이 악화되기 쉬운 기간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역시 심한 일교차 때문이다.
대구에 있는 하정외과 김연철 원장은 “혈관은 높은 기온에서는 확장되고 반대로 기온이 떨어지면 수축하는 특성이 있다”라며 “하지정맥류 환자의 경우 이미 다리 혈관의 탄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교차가 벌어지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에서 혈액이 아래로 역류하지 않고 심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조절해주는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서 혈액이 다리로 집중되는 혈관질환이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다리에 혈액이 고이면서 무리한 것도 아닌데 다리에 붓고 무거운 느낌, 피로감,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좀 더 진행되면 혈관이 돌출되면서 피부가 가렵거나 밤마다 쥐가 나는 야간 경련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피부 착색, 정맥염, 혈전, 궤양, 괴사 등에 노출될 수 있다.
김연철 원장은 “더욱 심각한 것은 하지정맥류라는 질환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될 수 없는 진행성 질환이라는 것이다”라며 “초기에 치료받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각종 증상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을 뿐만 아니라 다리 건강을 잃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은 예후로 이어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상 신호를 일찍 발견하여 증상이 가벼울 때 치료를 받는다면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처방받거나 약물요법 및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노력 등의 보존적인 방법만으로도 하지정맥류를 호전시킬 수 있다. 비수술적인 방법인 주사 경화 요법도 간단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 중 하나이다.
다만, 증상이 심각한 편이라면 근본적인 문제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외과수술, 정맥 내 레이저 요법, 고주파 폐쇄술, 베나실 등 다양한 수술법 중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적용받게 된다. 이때보다 만족도 높은 결과를 원한다면 보존적인 요법과 수술적인 요법 등을 부위별로 2~3가지 병행한 복합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곳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