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게임으로 보는 세상] 엔씨소프트의 ‘외도’와 게임의 플랫폼화

입력 2020-08-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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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

엔씨소프트가 KB금융그룹과 손잡고 인공지능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자문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사는 인공지능이 투자상품과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결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전략적 오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첫째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처럼 게임과 관련이 없는 비관련다각화인가의 여부이다. 이번 금융업 진출이 게임이라는 본업에서 축적된 역량과 관련이 없다면 엔씨소프트의 다각화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게임사의 역량 분산은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마당에 ‘적에게 소금을 보내는’ 행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엔씨소프트의 이번 결정이 한국의 게임산업이 나아가야할 진화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가의 여부이다. 만일 엔씨소프트의 이번 전략적 판단이 한국의 게임산업에 부정적이거나 해악을 끼친다면 역시 비난받아야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회사가 유모차 회사를 사거나,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 등을 인수하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아무리 우호적으로 해석해도 한국 게임산업의 진화와 전혀 다른 궤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두 가지 척도에서 평가한다면 이번 엔씨소프트의 금융업 진출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게임을 중심으로 축적되고 적용되어 왔으며, 이제는 타 산업으로 그 기술적 자산을 확대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보고로 4차산업혁명의 적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진출은 카카오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설립한 것과 유사한 로직이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과 손잡고 카카오뱅크를 설립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이라는 ‘올드 인더스트리’를 말 그대로 환골탈퇴시킨 모델이다. 이런 카카오의 전례를 본다면 이번 엔씨소프트의 금융업 진출도 투자자문이라는 업종을 뒤흔들 정도의 의지와 파괴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은 ‘게임이 산업의 자본재로서 진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도 일치한다. 굳이 VR, AR 기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게임은 다양한 산업적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 엔진의 경우 이미 게임을 넘어 자동차나 건물 설계, 온라인 및 증강현실 제품 구성,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등의 분야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게임사도 게임에서 배양한 인공지능이나 그래픽, 시뮤레이션 같은 기술적 자산을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임산업은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IT강국, 게임강국이라는 신화는 2010년을 거치면서 서서히 퇴색되기 시작했다. 싸이월드는 미국에 진출했지만 참담하게 실패한 채 페이스북에 역전되고, 판도라TV나 아프리카TV는 유튜브에 간단히 뒤집힌다. 그나마 중국을 압도적인 격차로 경쟁력의 차를 벌리고 있었던 게임도 2010년을 거치면서 대응한 경쟁력 수준으로,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이 등장하면서 중국에 역전당한다.

2007년 1월에 등장한 아이폰은 인터넷이라는 ICT 생태계를 다시 한번 혁명적으로 변화시켜 버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그조차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기능으로, 즉 아이폰이 게임 플랫폼으로 진화한 순간 중국의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PC 온라인에서 후진국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중국을 일약 모바일게임의 최대 강국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스마트폰이다.

이런 뼈아픈 기억은 모두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준비하지 않았던 과오로 발생한 역사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실력과 기술로서 게임산업을 재혁신해야 한다. 그래서 게임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제조업과 금융, 서비스와 같은 산업 플랫폼이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자율주행차와 같은 4차산업혁명의 기술적 확산을 위한 자본재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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