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과 ‘엑시트’

입력 2020-08-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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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하는 배달의민족(배민)과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M&A) 문제는 한국 사회에 여러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성장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이렇게 몸집이 커진 스타트업들의 엑시트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제약하는 잘못된 인식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배달의민족)

◇ 배민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연 맞을까

2019년 12월 30일 배민은 DH와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했다. 배달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의 합병이 대두되자 다양한 이슈들이 불거졌다. 배달 플랫폼 산업이 독과점 체제로 흘러가면 안 된다는 의견, 독과점 체제 하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를 보다 더 부과할 수 있으니 위험하다는 의견, 자국 스타트업이 해외에 매각되면 안 된다는 의견 등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은 경쟁사들이 진입하기 쉬운 시장이기 때문에 독과점 기업이 초과이윤을 추구하거나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진입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며 “고객들이 쉽게 이탈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과점의 폐해가 기존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공정위의 몇몇 판결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신고 가이드북’에서 2009년 이뤄진 이베이와 지마켓의 결합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이베이와 지마켓의 결합 당시에도 시장 독과점을 불러올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에서도 두 기업이 결합하면 시장점유율이 87.5%(G마켓 51.5%, 옥션 36.0%)로 판매자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란 주장이 있음을 언급했다.

공정위는 해당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인터넷 베이스 산업의 특성상 향후 시장구조의 동태적 변화가능성이 커 중장기적으로 가격인상 가능성이 제한된다”며 “2002년 옥션의 수수료 인상으로 판매자의 불만이 급증해 향후 2~3년간 지마켓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된 바 있어 중장기적 시각에서 결합회사의 수수료인상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배민이 해외 기업인 DH에 매각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 힘으로 큰 기업이 해외에 매각되는 게 국부 유출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스타트업들이 국내에만 머물러도 문제”라며 “국내 중견기업들이나 소상공인들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타다의 경우 제로섬 시장인 국내에 진입하려다 문제가 됐다”며 “배민도 국내에 서비스하며 성공한 사례지만 잘못 성장하면 소상공인들이 다칠 수 있다”고 말다.

스타트업이 국내에 천착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비스를 멈춘 타다 차량들 (신태현 사진기자 holjjak@)

◇ 잘못된 인식이 배민·스타트업의 입지 좁혀

배민으로 대표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스타트업 기업의 엑시트 입지를 좁히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서비스 제공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초기 자본이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용자 친화형 생존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대표는 “친숙함을 무기로 스타트업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어느 규모로 성장한 이후 엑시트를 전제로 한다”면서도 “일반 국민들은 이를 ‘먹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투자-성장-엑시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민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내 배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배민이 해외 기업에 팔렸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우리 민족이 아닌 ‘게르만 민족’이라 질타했다.

이에 정치권도 적극 부응했다.

지난해 12월 27일엔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이 공정위에 배민의 엄정한 기업결합 심사촉구를 요청했다.

이외에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에서도 공정위에 엄정한 심사를 주문했다.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는 주장도 일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4월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지자체에서도 우후죽순 총선을 앞두고 공공배달앱을 운영하겠다 밝혔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중의 친숙함이 오히려 이에 대한 공분을 일으켰고, 이에 정치권이 적극 반응하면서 되려 스타트업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IPO를 등록하는 한국거래소 (사진제공=한국거래소)

◇ 투자-성장-엑시트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엑시트 전략은 대부분이 IPO에 치중해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IPO는 기술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주영섭 석좌교수는 “미국의 경우 IPO가 거의 없고 거의 99% M&A 일변도”라며 혁신이 필요하다 말했다.

대기업이나 자본력이 충분한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M&A를 성사시켜 스타트업들의 엑시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차 벤처붐이 벤처버블로 끝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당시 정책의 대부분은 정부의 투자보다 신용보증이나 기술보증 등 대출에 치중했다.

벤처기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오롯이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였다.

최근 정부의 펀드 조성이나 엔젤투자자 모집 등 투자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지만 이보다는 적절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

유니콘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이들의 M&A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만큼 부담을 덜어주며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저변을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영섭 석좌교수는 “빠른 시기에 성과를 내려고 정부 주도로 너무 가는 것도 좋지 않다”며 “민간이 개입할 수 있게 적절히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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