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시원 위장전입ㆍ장애인 명의대여… '불법청약' 덜미

입력 2020-08-26 14:27수정 2020-08-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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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이상 주택 이상거래 1705건…불법 의심거래 811건ㆍ탈세 555건 적발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1. A씨 등 5명은 고시원 업주 B씨에게 돈을 주고 고시원에 위장전입해 해당 지역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이들은 고시원 내 위장전입한 다른 부정 청약자 13명과 함께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됐다. 고시원 전체가 부정청약을 위해 쓰이다가 덜미를 잡혔다.

#2. 장애인 단체 대표인 C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 13명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겠다며 접근했다. C씨는 브로커 D씨와 공모해 이들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 특별공급에 청약해 당첨된 후 전매 차익을 실현했다. 현재 C씨와 D씨는 물론 가담자와 명의 대여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이에 맞춰 부동산 과세도 늘면서 시장에선 이 같은 부정 청약과 편법 증여 등의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며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토교통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통해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적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26일 열린 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실거래 조사 및 불법행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전국 9억 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를 대상으로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1705건을 선별했다. 실거래 신고내역과 거래대금 지급 증빙자료 등을 검토해 불법 의심사례 총 811건을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탈세 의심 사례가 5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211건 △대출규정 위반 의심 37건 △명의신탁 의심 8건 등이다.

50대 C씨는 언니로부터 용산구 아파트를 11억5000만 원에 구입했다고 신고했으나, 해당 유사주택이 거래 전 6개월 내 14억8000만원에 거래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가계약금을 7월 28일에 지급했는데도 계약일을 12월 11일로 거짓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 특수관계인 간 저가 거래를 통한 양도세 및 증여세 탈루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의료업 종사자 40대 D씨는 의료기기 구입 용도로 개인사업자 대출 26억 원을 받아 70억 원 상당의 아파트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E법인은 주택담보대출 13억 원을 융자해 2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대응반은 이 같은 혐의 사례를 국세청과 금융당국,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세무조사와 대출금 회수,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키로 했다.

정부는 관련 부처 합동으로 부정 청약과 집값 담합, 무등록 중개 등 부동산시장 범죄수사 결과도 이날 발표했다.

대응반은 2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30건의 범죄를 적발해 34명을 형사입건했다. 이 중 수사가 마무리된 15건은 검찰에 송치했다. 395건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형사입건한 30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현수막 또는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 담합을 유도한 행위가 13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 집주인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에 특정 가격 이하로 내놓지 말라는 글을 게시해 인근 공인중개사 업무를 방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특정 공인중개사들이 단체를 구성해 비회원 공인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거부한 행위 5건(8명)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을 중개하거나 표시 광고한 행위 3건(3명) 등으로 파악됐다. 친목단체에 소속된 공인중개사들이 단체 회원이 아닌 중개사의 공동중개 제안을 거부해 8명이 입건됐다.

위장전입을 하거나 특별공급 제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아파트를 부정당첨 받은 행위는 9건(12명)으로 조사됐다. 향후 수사를 확대할 경우 수사 대상자는 최대 26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대응반은 향후 집값 과열 지역의 기획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서울 강남, 송파, 용산권역과 수도권 주요 과열지역을 조사 중으로 연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불법행위 수사는 중개사무소 현장단속과 분양시장 점검을 지자체와 합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응반장인 김수상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실거래 조사와 부동산 범죄수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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