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바이든 후보의 뉴딜과 문재인 정부의 뉴딜

입력 2020-08-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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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오는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실추된 미국의 위상을 회복시킬 기회를 줄 것인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간의 선거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경제대책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망한다. 트럼프가 연일 쏟아내는 트위터 내용보다 바이든이 발표한 ‘코로나 국가전략’이 훨씬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0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 연설에서 “미국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졌다”고 호소하며 고용과 산업 부흥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환경 인프라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보기술(IT) 부문 등에 3조 달러(약 3200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1930년대의 뉴딜정책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 공약이다. 그는 “1세기 전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으로 대량실업이라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공포의 시대를 이겨냈다”며 대공황 때 루즈벨트 대통령의 대규모 공공투자를 상기시켰다. 바이든 후보는 경제정책에서 온건파지만 30년대 이래의 대규모 투자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바야흐로 미국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온 인프라는 쇠락하고, 실업률은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인 10%를 넘어섰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공공투자’를 실현해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바이든 진영의 공약이다.

이러한 바이드노믹스는 인프라 쇄신과 ‘잊혀진 국민의 구제’로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예컨대 의료부문의 경우 모든 희망자가 가입할 수 있는 공적의료보험 제도를 신설한다고 한다. 연간 수입 12만5000달러 이하 가계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공립대학교 수업료를 면제하고, 제조업 지원에 7000억 달러를 투입해 5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환경 인프라 투자에서 생기는 500만 명을 합해 모두 1000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포석이다. 가장 중요한 세제의 경우 저소득자에 감세,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증세를 기본으로 삼는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이같은 방침에 대해 민주당 급진파는 여전히 온건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트럼프 측은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하지만 현실에 바탕을 둔 비판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즉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한다’고 하는 미국에서 면면히 내려오는 실리 우선의 ‘실용주의’ 철학이 바이드노믹스의 틀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은 원래 부유세 도입과 국민의료보험 제도(메디케어 포 올), 정부에 의한 고용보장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코로나19 위기를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바이드노믹스를 ‘팬데모노믹스’라 부를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우파든 좌파든 그 정책이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 논평의 핵심이다.

3년을 훌쩍 넘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제이노믹스’는 이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상징되는 ‘한국판 뉴딜’로 집약되고 있다. 제이노믹스도 바이드노믹스와 마찬가지로 약 100년 전 루즈벨트의 ‘뉴딜’을 끌어 왔다.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한국판 뉴딜과 미국의 개정판 뉴딜(바이드노믹스)의 비교가 이뤄질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큰 정부’가 얼마나 ‘현명한 정부’가 될 것인지 평가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한국판 뉴딜은 내년에 예산 20조 원 이상 투입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도 조성한다고 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 정부재정+민간자금, 자금투자+제도개혁,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종합적 시너지 효과가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거시적인 정책 틀과 디지털 혁신과 녹색성장의 미시적인 정책 내용은 바이드노믹스보다 더 포괄적이고 야심적이다. 제이노믹스는 명료한 정책 방향과 실리 우선의 실용주의 철학이 부족한 것 같다. 게다가 미국은 출발점에 서있고 한국은 결승점을 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보 일보는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엄중한 행보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의 선거 공약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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