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손님 없어 ‘저절로 거리두기’ 되네요”…코로나19가 덮친 여의도 식당가

입력 2020-08-23 14:34수정 2020-08-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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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여의도에 있는 한 해장국집. 낮 시간대인데도 불을 다 꺼놓아 어두컴컴한 식당에 주인 A씨가 홀로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식당 테이블 10개는 전부 비어있었다. A씨는 “이번 주 내내 종업원들이랑 TV만 봤다”며 “오늘은 더 기다려봤자 손님이 안 올 것 같아서 종업원들 다 보내고 나도 집에 일찍 들어갈 참이다”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콩나물 해장국집. 이 자리에서 10년 째 해장국을 팔아 온 주인 A씨가 이날 장사를 일찍 접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의도 식당가를 또 다시 덮쳤다. 일부 금융 공기업ㆍ증권사가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3단계로 격상될 조짐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식당으로 향하는 손님 발길은 뚝 끊겼다. 식당 종사자들은 ‘신천지 사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이던 지난 3월보다 지금 사정이 훨씬 더 나쁘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원래 벌던 것에서 10%도 못 번다”면서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수해 때문에 채소 가격도 요즘 너무 비싼데 음식 값은 못 올리겠고, 코로나까지 덮치니 중간에 낀 우리 같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눈앞이 정말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입구에 "점심 뷔페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인근 호프집은 아예 점심 장사를 접었다. 밤에는 호프집을, 점심에는 점심 뷔페를 운영하던 곳이다. 입구에는 “정부 시책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점심뷔페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공지사항이 붙어 있었다. 언제 다시 연다고는 씌어 있지 않았다.

단체 손님ㆍ예약제 중심으로 운영하는 식당은 사정이 더 나빴다. 여의도에는 금융 공기업ㆍ증권사들이 즐비하다. 여의도 식당가가 부서 회식이나 거래처 손님을 응대하는 ‘큰 규모’의 손님들을 받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예약이 뚝 끊겼다는 설명이다.

37년동안 여의도 한 자리에서 생선구이 장사를 해왔다는 사장 B씨는 “우리는 보통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단체 손님은 안 오고 지인들이랑 1~2명 오는 수준이다”라면서 “하루 매출이 500~6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 20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식당가에서 예약제 위주로 운영되는 한 해물 전문점의 문이 닫혀있다. (김혜지 기자 @heyji)

예약제 위주 해물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 C씨는 브레이크 시간을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앞당겼다. 이날 오후 1시 50분 해물 전문점 가게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전화 통화가 된 C씨는 “본래 3시부터 브레이크제를 운영하긴 하는데, 손님이 이후에도 많았어서 사실상 브레이크제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면서 “하지만 이번 주에만 매출이 30% 줄고, 3월과 비교해서는 70%가 줄어 문을 일찍 닫았다”고 했다.

이어 C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라는데 우리는 예약이 다 끊기면서 손님들이 알아서 듬성듬성 앉다 보니 자연스레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다”라며 “다같이 마스크 쓰기 등 정부 지침을 잘 따라서 이 사태가 하루 빨리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8월 15일 이전만으로라도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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