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침수 연상돼 잠 못 자"…장마 때면 늘 불안한 반지하 가구

입력 2020-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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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이판 등 예방시설 한계…성흠제 서울시의원 "하수관로 개선해야"

▲서울 동작구의 반지하 가구가 많은 한 주택가. 이곳 주민들은 비가 내릴 때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전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동작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이모(29) 씨를 만난 것은 이달 16일. 그는 근래에 편히 잠을 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다. 연일 폭우에 집이 침수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지금 집에 3년 살았지만 이번처럼 많은 비가 내린 적은 없었다고 한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이네 침수 장면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이 씨. 그의 시름만큼이나 집 안에 핀 곰팡이도 커지고 있다.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지하 공간에 거주하는 가구는 총 36만3896가구(68만8999명)다. 이중 서울은 22만8467가구 약 63%를 차지한다. 이번 폭우로 서울 양천구와 강남구, 은평구와 동작구 등 일부 반지하 주택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물막이판이나 역지변장치를 설치해 주택 침수를 예방하고 있다.

물막이판은 비가 많이 내려 하수관으로 채 빠져나가지 못한 물이 주택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역지변장치는 하수 역류를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지하주택 가정 하수관은 공공하수관의 높이가 비슷하다. 집중호우 시 저지대 지하주택에서 종종 하수 역류현상이 일어나는데 역변장치가 이를 방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시설은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반지하 주택. 집주인은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폭우가 내리면서 불안감이 커졌다고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주택 침수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는 ‘하수관로 개선’이 꼽힌다.

성흠제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은 “보통 30~40mm 크기의 하수관로가 깔려있는데 침수 피해가 잦은 지역에 80mm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이 머무는 공간 크기와 시간을 늘리면 일정 부분 지하침수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며 "침수 지역으로 분류되는 은평구와 강북구 등 하수관로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배수공급정비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는 소구역단위로 정비계획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사업에서 일부 지역은 큰 하수관로를 설치해 침수를 예방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관로의 역할 중 하나가 침수 방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무조건 큰 관을 쓴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며 "비가 많이 올 때는 관이 큰 게 좋지만 평소에는 작아야 유속이 빨라져 악취나 퇴적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역의 특성이나 토지 환경 등을 고려해 적합한 크기의 하수관로로 교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의 각 자치구도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거주 가구에 대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은평구는 이들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국토부의 주거 취약계층 주거 지원 업무처리지침 개정에 따라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거주자가 이주를 희망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우선 지원한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신청이 들어오면 소득재산조사 후 지원기준에 적합한 구민을 LH나 SH에 추천하게 된다"면서 "주거 취약 가구를 발굴ㆍ지원하기 위해 계속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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