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AI가 소송걸고 상담도 '척척'…언택트 시대 ‘리걸테크’가 온다

입력 2020-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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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백 박의준 대표ㆍ인텔리콘 임영익 대표 “고객 편의 최우선”

박의준 머니백 대표 “법률 서비스 접근성 떨어져…고객 ‘편리함’ 우선”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 찾아와…고객 ‘이롭게’ 할 것”

▲박의준 머니백 대표(왼쪽).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오른쪽).

법률 시장에 인공지능(AI) 기반의 '리걸테크'(Legal Tech) 바람이 불고 있다. 리걸테크는 법률을 뜻하는 '리걸'(Lega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새로운 시대의 혁신적인 법률 서비스를 뜻한다.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회사 트랙슨에 따르면 리걸테크 시장 투자 금액은 지난 2015년 2억2200만 달러(한화 약 2672억8800만 원) 수준에서 2018년 16억6300만 달러(약 2조22억 원)까지 성장했다. 불과 3년 사이에 654%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리걸테크 서비스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수임료 부담과 법에 대한 막막함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던 우리나라 법률 시장에도 ‘편의성’으로 무장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소외된 계층은 물론 개인 사업자나 중소기업까지 이들을 찾고 있다.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소송결과까지 '뚝딱'…머니백 대표 박의준 변호사

#A 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사람에게 850만 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 부산에 살던 A 씨는 온라인으로 머니백 ‘민사소송’ 서비스를 신청했다.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가 없던 A 씨는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했다. A 씨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법원의 이행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는 내용이었다. 서비스 접수 후 36일 만에 처리됐다.

머니백은 떼인 돈을 받아주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다. 지급명령과 가압류, 민사소송 신청에 AI 기술을 도입해 자동화했다.

머니백 대표 박의준 변호사는 카이스트 전자공학부 출신으로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7년을 일한 공학도다. 연구소에서 업무 자동화 설계 업무를 하던 박 대표는 간단한 법률 서비스는 AI 학습을 통해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연구소에서 표준화 작업을 하면서 반복적인 일은 자동화해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일상이었다”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대여금 사건이나 임대차보호법 사건 등 간단하고 반복적으로 서면을 만들어야 하는 업무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머니백의 모든 서비스는 사건 정보를 입력하는 것에서부터 결제까지 5~10분이 소요된다. 고객에게 회원가입도 시키지 않는다. 관련 증거는 컴퓨터 파일로 첨부하면 되고 서면으로만 존재한다면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사건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도 있다. 고객은 신청 단계 이후부터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최종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사람의 편의를 도울 수 있고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것이 기술"이라며 "고객이 하나하나 물어보는 것 자체가 비용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모든 절차에 대해 안내를 해주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화면만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수백 번 고치고 바꿨다"면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데 이제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머니백은 법원의 전자소송과 연동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법원의 처리 절차를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대응한다.

예를 들어 문이 닫혀 있어 관련 서류를 송달하지 못한 경우(폐문 부재)에는 자동으로 특별송달(휴일이나 야간에 송달하는 방법)을 신청해준다. 신청인이 상대방의 주소를 알지 못할 때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주소를 찾아 보정 작업을 거친다.

박 대표는 “자동화가 가장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 지급명령 시스템만 코드가 수천 개에 달한다"며 "가압류는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코드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객이 간단한 정보만 작성해 신청하면 청구금액을 자동으로 계산해주고 이자제한법 등 관련 법률에 맞춰 자동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머니백은 상업 서비스"라며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쓸만한 수준의 기술인지가’ 중요하다”며 “고객이 ‘정말 억울했는데 해결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종종 보내는데 그럴 때 ‘우리가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행복하다”고 미소지었다.

'인간 이긴 AI' 복잡한 상담 몇 분 내 해결…인텔리콘연구소 대표 임영익 변호사

인텔리콘은 자연어를 학습시켜 법률 예측 시스템 가동하고 있다.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임영익 변호사는 대학 시절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수리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했다. 공학도가 사법시험에 도전하더니 국내 최초로 AI 법률 정보 시스템과 챗봇을 만들었다.

임 대표가 개발한 계약서 분석기 ‘알파로’는 지난해 여름 법률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인간 변호사를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인텔리콘연구소에는 법률검색 시스템 ‘유렉스’, 법률Q&A 플랫폼 ‘법률메카’ 등이 있다.

임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법률 상담을 원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법률메카 누적 방문자가 50만 명을 돌파했다”며 “사건 관련 자문과 법령 판례 기반 문답 등 누적된 Q&A 데이터는 수십만 건 이상”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렉스는 국내 대형 로펌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실무 현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고도화 작업을 통해 법령과 판례, 조례 등 약 400만 건의 정보를 학습했다. 최근에는 입법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입법 추적 머신을 탑재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AI 법률 서비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로펌을 찾아 긴 시간 상담해야 했던 것에 비해 AI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하면 몇 분 내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며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비용도 감소하기 때문에 이용자도 온라인 비대면 법률 상담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법률 시장은 수임 사건이 적어 경쟁이 심하고, 사건당 걸리는 시간이 길어 비싸다는 것이 문제”라며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법률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걸테크 사업 성장하려면 규제 완화해야”

박 대표와 임대표는 각종 규제가 국내 리걸테크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변호사법 34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사건을 가져오는 대가로 중개 수수료를 받는 법조 브로커를 막는 역할을 하지만, 리걸테크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기술 발전을 막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걸테크 사업에서 AI 학습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성문법에 기반을 둔 대륙법 체계로 관련 법령을 찾거나 법률을 추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인 우리나라에서 데이터 확보는 요원하다.

임 대표는 “법률 AI 학습을 위한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판례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도 “미국은 관련 증거까지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변호사법을 이유로 투자도 받지 못해 자체 자금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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