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스로 목적지 가는 ‘HMM 상트페테르부르크’…“초대형 선박으로 흑자 이어갈 것”

입력 2020-08-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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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적자 탈출

▲11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내달 11일 인도된다. (사진제공=HMM)

“선박 길이만 400m에 달합니다. 아파트 133층 높이와 같습니다.”

지난 11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HMM의 12번째 2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은 내달 11일 인도되기 위해 막바지 건조 작업에 돌입하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선박에 걸맞은 위용을 자랑했다. 지상에서 브릿지(선박 조종 공간)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난 후, 일반 빌딩 5~6층 높이의 계단을 걸어야 했다. 선박 폭은 61m에 달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답게 종전 최대 컨테이너 선박이었던 스위스 MSC의 MIA호(2만3756TEU)보다 208개의 컨테이너선을 더 적재할 수 있다.

◇ “목적지 설정하면 스스로 운항 가능” =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단순히 크지만 않다. 선원들의 안전과 환경을 위해 첨단 기술이 도입됐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오토 파일럿’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 건조를 맡은 삼성중공업의 이재곤 파트장은 “위험한 지역에 진입한 경우 선장이 직접 조타수에게 지시하지만, 기본적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배가 스스로 운항한다”고 설명했다.

배 곳곳에 설치된 30여개의 CCTV는 안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파트장은 “배에 불이 발생한 경우 CCTV가 저절로 움직이면서 장면을 촬영해 상황을 알린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크러버(탈황장치)도 설치됐다. 약 20m 길이의 스크러버는 엔진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을 물로 씻어내면서 환경오염을 막는다. 이외에도 LNG 추진 선박으로 교체가 가능한 시스템도 적용했다.

▲HMM 상트페테르부크호에 설치된 스크러버(탈황장치). 약 20m 길이의 스크러버는 엔진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을 물로 씻어내면서 환경오염을 막는다. (사진제공=HMM)

◇ ‘규모의 경제’ 통했다…21분기 만에 흑자달성 = HMM은 상트페테르부르크호를 마지막으로 12척의 2만4000TEU급 선박을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한다.

현재는 9척의 선박이 운항 중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해운시장이 악화된 점을 고려할 때 과감한 조처를 했다. 일각에서는 대형선에 화물을 많이 싣지 못할까 우려하기도 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1호선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7호선까지 연달아 만선을 기록했다. 현재 아시아 구간을 운항 중인 8, 9호선 또한 만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1~3호선은 심지어 백홀(돌아오는 노선)에서도 만선을 기록했다. 통상 백홀의 평균 화물적재율이 50~6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올해 4월부터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활동한 것이 물동량 확보에 도움이 됐다.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은 극대화됐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유럽 항로 평균 선형인 1만5000TEU급 선박보다 운항비용을 15% 절감할 수 있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HMM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387억 원을 달성했다고 12일 밝혔다. 2015년 1분기 이후 무려 21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배재훈 HMM 사장은 애초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천명했는데, 1분기 일찍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

지난달에는 대만 선사 양밍을 제치고 세계 8위(선복량 기준) 해운사로 거듭났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처음으로 8위를 차지했다.

◇ 운임 하락 우려에도…“흑자 이어갈 것” = HMM은 초대형 선박을 앞세워 흑자 행진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1만6000TEU급 8척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인도받으면,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게 된다.

이로써 HMM의 초대형선 비율은 40%에 달한다. 글로벌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20%에 불과하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 선사들이 하반기부터 선복량을 늘리기 시작하면 안정세를 보였던 운임이 하락할 수 있다. 운임 하락은 HMM 수익성 악화을 야기할 수 있다.

HMM 관계자는 "미중 갈등 격화 및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투입 및 안정적인 추가 화물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 얼라이언스 본격화에 따른 공동운항 등 비용구조 개선과 항로 다변화를 통해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브릿지(선박 조종 공간). (사진제공=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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