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완화 개정안 입법예고 끝 '진통 여전'

입력 2008-11-04 13:30수정 2008-11-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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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시한 직전 금융업 노동자ㆍ시민단체 강력 반발

금융위원회가 지난 달 14일 입법예고한 금산분리 완화 개정법률안의 입법예고 시한이 이달 3일로 마무리 된 가운데 금융산업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의견서를 제출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등은 금융위가 입법 예고한 개정 법률안 소관 부서인 금융정책국에 금산분리 완화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연기금과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은행 인수를 허용함과 동시에 PEF의 산업자본 출자 비율을 10%이내에서 30%로 확대키로 했다. 산업자본도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높이기로 하는 것을 골자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한 그룹 내 증권.보험사와 제조업 계열사의 공존을 제한하는 것을 없애기로 한 것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됐고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투자자층이 넓여져 국책은행 민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처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푸는 것이 시기적으로도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고 형평성도 헤칠 수 있다는 지적에서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개정안이 발효되기까지는 앞으로 순탄하지만은 않은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까지 가진다는 것은 국내 금융 상황에서 사실상 최대주주의 위치에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세계적 표준인 금산분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분 10%를 보유한다고 해도 해당 은행의 소유구조에 따라 사실상 은행 지배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은행 지배 여부를 판정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자본이 외국자본에 비해 은행 인수에 불리함을 해소한다는 논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기존 금융 공기업을 매각하고 대형은행들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위에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출자구조가 형성된 금융 비금융 혼합결합 기업집단이 존재하는 경우, 금융계열사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보유자산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국가에서 은행에 대한 사전적 소유규제 장치를 두지 않고 있으나, 사후 감독 또는 노동자 경영참가 등의 사회적 통제장치가 작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은행을 소유 지배하는 산업자본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또한 "연기금과 PEF, 외국은행 등에 대한 산업자본 판단 기준 완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연기금의 경우 은행 주식 보유나 은행 인수 자체가 연기금의 자산운용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연기금의 은행 경영 참여가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은행의 효율적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기에 법 개정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은행법상 동일인의 정의 및 집행절차에서 국내외 자본 간에 차별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일부 국가의 국부펀드가 공격적으로 투자확대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외국은행에 대한 특례와 같은 개정 내용은 국내 은행산업의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아 외국은행 등에 대한 특례 조항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도 이날 금융위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들의 은행 간접 소유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으로 경영권 방어, 자금 조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로 인해 "산업자본의 우월적 지위남용 등 경제력 집중의 폐해, 산업자본인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과 자금원천으로 하는 사금고의 가능성의 문제 등과 같은 이해상충의 문제,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안정성 침해의 문제, 대리인 비용과 기업 모니터링 문제 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와 비금융자회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체제의 고유한 장점인 소유구조의 단순명료함, 투명성 등을 전면 부정하여 지주회사 제도도입의 근본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경영상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뒤섞여 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정부의 이번 금산분리 완화 추진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더욱 복잡하게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소모적인 정치적인 논란만 증폭될 가능성이 크므로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입법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 폐기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위는 입법 예고기간을 마친 개정안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과정을 거쳐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 개정안과 관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입법예고기간을 두었다"며 "앞으로 단계적인 절차를 통해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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