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집값 앙등" 우려
지난 2000년대 초반 집값 앙등의 주역으로 지적되며 대량 규제 '폭탄'을 맞았던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5년만에 대거 해제된다.
3일 정부가 내놓은 '경제난국 종합대책'에서 실물경제분야 부동산부문에서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대거해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9.5대책을 시작으로 2007년 1.31대책까지 이어졌던 참여정부의 재건축 대책은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재건축 규제완화 대책이 향후 집값 앙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우선 지난 2003년 9월5일 이른바 '9.5 재건축 대책'에서 도입된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완화된다.
9.5대책 이전 재건축 아파트는 85㎡이하 중소형평형은 30%, 그리고 85㎡초과 중대형 평형은 70%까지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책에서 따라 중소형평형은 60%까지 지어야 하며 특히 60㎡이하 소형평형도 20%를 짓게 해 재건축 소형주택 공급을 대폭 늘렸다.
이번 대책에서는 중형주택과 소형주택을 합쳐 85㎡이하 중소형 주택을 60%까지 짓게했다. 세부 주택형은 향후 지자체 조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지만 소형주택 의무비율에 대한 재건축 조합의 민원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법제대로 85㎡이하 주택을 60%까지 짓게해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건축 용적률 관련 조항은 법령('도시환경및주거정비법')개정사항인 만큼 국회 동의를 거쳐 빨라야 내년 1월께나 시행된다.
지난 2006년 논란 속에 도입된 재건축 아파트 임대주택 의무공급 방안도 도입 2년반여 만에 폐지된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이 역설한 '쇼셜믹스(Social mix)' 논리에 따라 도입된 이 제도는 종전용적률에서 1%라도 늘어나면 추가된 용적률의 25%는 임대아파트를 지어야한다는 것으로, 재건축추진위원회 등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도입된 바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 대신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즉 용적률은 국토계획법상 책정된 최고 용적률까지 승인해주는 반면 지자체가 조례로 정해놓은 허용용적률을 넘는 경우는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보금자리 주택으로 지자체가 환수하게 된다.
한편 재건축 규제 완화와 관련해 시장이 미미하나마 반응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재건축 규제완화는 발표일인 3일 이전부터 시장에 전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주택시장 경기 침체에 따라 즉각적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강남 개포동 등지에서 급매물이 걷히는 등 미미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현지의 전언이다.
강남구 개포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가 풀릴 것이란 소문이 지난 주부터 나오면서 일부 급매물도 호가 조정을 묻는 매도자가 늘고 있다"며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미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매수수요가 아직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시장상황이 나아져야 거래가 이뤄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위력을 감안하면 향후 전반적인 실물경기 회복시 집값, 특히 강남지역 집값이 앙등할 수 있는 소지를 마련했다는 우려감을 피력하고 있다. 9.19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지분 매매 자유화가 도입되고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던 소형주택 의무 공급, 임대아파트 의무 공급, 용적률 제한 등이 무력화된 만큼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이 5~6년만에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부동산써브 리서치센터 채훈식 센터장은 "재건축 관련 규제를 모두 2003년 도정법 시행 이전으로 돌려놓은 셈"이라며 "개포 주공 등 저층 재건축 가격이 앙등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이정민 팀장은 "당장은 실물경기 위축과 투기지역 유지에 따른 대출 제한으로 인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물경기가 되살아나게 되면 재건축만 나홀로 상승하는 형국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