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유지 비용만 소요” vs “충분한 경과규정 필요”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보험감독국은 주요 보험사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을 모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현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취지였다. 이 자리에서는 K-ICS 도입을 놓고 각 사의 요구 사항도 얘기됐다.
생보사들은 각 사의 유불리에 따라 의견을 냈다. 다만 시행 시기를 놓고는 다소 다른 입장을 냈다. IFRS17 도입 준비를 이미 끝마친 신한금융계열 보험사는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신한생명은 IFRS17 대응을 위해 서둘러 준비했다. 1단계 준비에 해당하는 ‘현금흐름산출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개발했으며, 현재까지 유지관리를 통해 정합성을 높여왔다. 보장성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로 변경하는 과정도 마쳤다. 신한으로서는 IFRS17이 미뤄진다면 오히려 시스템 유지 비용만 소요돼 불리한 입장인 것이다. 이 밖에도 같은 계열사인 오렌지라이프 등 지주계열 보험사나 외국계열 보험사도 같은 입장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충분한 경과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K-ICS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평가 시점의 시장가치로 산출한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제도를 도입하면 자산보다 부채 가치가 더 커져 순 자산이 줄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된다. 특히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은 한화생명은 지난해 2차 계량영향평가(QIS 2)에서 대형사 중 유일하게 기준치 100%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FRS17은 올 초 2023년으로 1년 연기됐다. 이미 한차례 미뤄진 데 이어 추가로 연기돼 총 2년 지연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IFRS17과 연동해 도입할 예정이던 킥스도 함께 미룰지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IFRS17은 2023년 도입으로 못 박았지만 확실한 시행 시기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IFRS17 도입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어 애초 일정대로 준비를 마친 보험사들은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업계가 거듭 연기 주장을 펼치는 것을 두고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기될 땐 되더라도 준비는 끝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도입 연기가 거듭 거론되면 회사도 준비에 소홀해지고, 이는 결국 감독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가 IFRS17 연기를 거론하는 등 군불을 지피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독당국은 도입 준비에 서두르도록 채찍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