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대책] 은마아파트, 용적률 높여준다는데…주민들은 '부글부글'

입력 2020-08-04 16:03수정 2020-08-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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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고밀 재건축 단지엔 용적률ㆍ층수 제한 완화…'공공주택 기부채납'에 조합은 시큰둥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고밀 재건축 카드를 꺼냈다. 규제 완화로 늘어난 주택 절반을 공공주택으로 내놓는 대가다. 일선 조합은 물론 서울시에서도 정책에 불만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참여 시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획기적으로 공급하는 고밀 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 고밀 재건축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 5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택 증가분 절반 기부채납하면 최고 용적률 500%ㆍ50층으로 재건축

=이날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 안정 보완 대책(7ㆍ10 대책)'에서 밝힌 공공 재건축 제도를 더욱 구체화했다.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재건축 사업에는 규제를 완화해 주택 순증량을 종전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을 통한 주택 순증이 늘어나면 조합은 일반분양 수익을 늘릴 수 있어 재건축 수익성이 좋아진다.

그동안 부동산업계에선 서울에서 주택 부족ㆍ노후화가 동시에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빠져 재건축에 규제 일변도로 대응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공공 고밀 재건축 카드는 이 같은 비판은 무마하면서도 공공주택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왔다.

공공 고밀 재건축 유형은 LHㆍSH 등이 자금 조달, 단지 설계 등 재건축사업을 측면 지원하는 '공공 관리 방식'과 아예 지분을 공유해 '공동 시행자'로 참여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정부는 도시정비법을 고쳐 공공 고밀 재건축 단지 용적률을 300~500%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SH 등 공공기관이 사업에 참여한 공공 재건축 단지 층고를 최고 50층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단지 내 공원 설치 의무도 완화하고 인허가도 빨리 내주기로 했다.

이같이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 고밀 재건축 단지는 규제 완화로 늘어난 주택의 50~70%를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애초 500가구로 지어질 단지에 용적률 상향으로 500가구가 더해졌을 경우 적어도 250가구는 공공주택으로 내놓으라는 요구다. 정부는 기부채납받은 가구를 각각 절반씩 공공분양ㆍ장기공공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 재건축 소문에 발칵 뒤집힌 은마아파트

=문제는 서울 시내 재건축 조합과 추진위원회 대부분이 아직 공공 고밀 재건축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조합과 추진위는 공공주택 기부채납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재건축을 통해 단지 고급화를 노리는 강남권 아파트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더 짙다. 단지 내 공원 면적을 줄이고 고밀 개발로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구상도 '숲세권'을 지향하는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LH나 SH는 저가 중심, 소형 위주의 집을 많이 짓고 있는데 특단의 반대급부가 없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추진위가 공공 고밀 재건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소문이 돌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에선 "잘못된 얘기에 난리가 났다"며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추진위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고밀 재건축으로 5만 가구 공급'이라는 정부 구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한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실장은 "5만 호 공급과 관련해선 공공 재건축으로 한다는 내용을 이미 발표한 게 아니어서 조합의 의견을 직접 물은 것은 아니다"며 '초기 단계 사업장 중 일정 비율이 참여한다는 가정 아래 5만 호 정도 공급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재건축 층수 제한 규제도 완화해주지 않을 방침이다. 일반주거지역에선 재건축 단지의 최고 50층 건립을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입장대로라면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3종 일반주거지역 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층수를 50층까지 지을 수 없게 된다.

고밀 개발로 인한 분양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밀 개발로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지고 일시적으로 분양 차익이 커진다 해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남아 있어서다. 많으면 재건축 수익의 절반을 재건축 부담금으로 내야 할 수도 있다. 국토부는 분양 수익 환수를 위해 공공 고밀 재건축 단지에도 예외 없이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시 "공공 재건축 방향성 측면에서 찬성 힘들어"=

공공 고밀 재건축을 두고 공급 정책 양축인 국토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낼 불씨도 남아 있다. 서울시는 공공 고밀 재건축 단지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날 주택 정책 브리핑에서 "(공공 재건축 추진이라는) 정부 정책에는 참여하겠지만, 서울시는 그 방향성 측면에선 적극 찬성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 관악구 봉천동 해바라기아파트(봉천1-1구역), 영등포구 남서울아파트(신길10구역) 등에 공공 재건축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하거나 아직 답을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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