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에 코로나까지…내년 건보료 어쩌나

입력 2020-08-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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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단체 반대로 건보료율 인상 난항…복지부는 국고지원금 증액 요구

▲지난해 8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제1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국민건강보험료 결정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용자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건보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저소득층 건보료 감면, 코로나19 치료비 지출과 예정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으로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 건보료 인상마저 무산되면 건보재정 악화는 불 보듯 빤하다.

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지출된 건보재정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진단검사·입원치료에 852억 원이 지출됐고, 3~5월 저소득층 건보료가 9155억 원 감면됐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의 소득 하위 50% 가입자의 건보료를 50% 경감하고, 그 외 전국 모든 지역에서 하위 40% 가입자의 건보료를 30% 감면했다.

예상치 못한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에 건보재정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나마 올해와 내년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하면 장기적으론 ‘매년 적립금 10조 원 이상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20조5955억 원이었던 건강보험 재정은 2023년에는 11조807억 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저소득층 건보료 감면 등 코로나19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다.

결국, 안정적인 건보재정 운영을 위해선 건보료 수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단 건보료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내년도 건보료율 결정을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사용자단체가 건보료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이 이유다. 정부도 건보료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문재인 케어다. 매년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문재인 케어는 매년 건보료를 ‘최근 10년간 평균 인상률’만큼 올리는 것을 전제로 계획됐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3.2% 올랐다. 이런 상황에 내년 건보료가 동결 또는 인하되면 건보재정은 추가 적자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국고지원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기업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에 일방적으로 건보료를 인상하긴 어렵다”며 “국고지원이라도 확대돼야 그나마 재정건전성을 계획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고지원 확대를 요구해놓은 상태다. 일반회계 8조7328억 원, 건강증진기금 1조8939억 원 등 10조6267억 원 편성을 요청했는데, 이는 올해 본예산(8조9627억 원) 대비 1조6640억 원 증액된 규모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르면, 국가는 매년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건보에 지원해야 한다.

국고지원 확대는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높다. 올해 국고지원율이 14%로 법으로 정해진 20%에 못 미쳐서다. 특히 복지부의 요구대로 지원이 늘면 지원률은 15%로 여전히 법정비율을 밑돌지만, 보험료율이 인상되지 않아도 재정건전성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사용자·근로자 측에 과도한 보험료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면서도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복지부는 건보료율 인상을 대체할 목적으로 국고지원금 증액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국고지원은 국고지원이고, 건보료율 인상은 건보료율 인상”이라며 “아직 건보료율이 결정된 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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