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제도혁신연구실장 “포스트 코로나 열쇠는 규제 혁신”

입력 2020-08-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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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 동작구 소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신산업 활성화와 제조업 정상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풀 수 있는 ‘키(열쇠)’는 규제 혁신입니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규제혁신연구실장은 이투데이와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대의 정책적 방안에 대해 이러한 조언을 건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경기가 침체기를 겪고 있다. 아직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는 않았지만, 이제 관건은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가 됐다. 전염병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정치·경제·사회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살아남는 것을 넘어 그 이후의 변화한 구조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지가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소기업 정책을 연구하는 견해에서 최수정 실장은 지금 상황을 “코로나19는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 사회 전체가 멈추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머지 않아 변화한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상한다. 최 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쳐 변화가 발생할 것은 명확하다”며 “언택트(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진단키트나 치료제·백신 등 바이오헬스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위험 대응의 일상화, 자국 중심주의 강화 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서비스 중이던 ‘줌(Zoom)’이 화상회의를 선도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았나”며 “앞으로 다양한 기회가 열린 만큼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기업이 살아남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재무나 조직 등 사업적 위기를 관리하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단 것이다.

그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바쁜 중소기업의 경우 전방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도래하는 등 위험에 대응하는 것을 일상화해야 한다”며 “재무적으로 악화된 부분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비즈니스에 대한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최 실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애로사항은 정부 정책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이 ‘규제 개혁’에 있다고 보는 이유다. 최 실장에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정책적 대안이 어떤 방향을 향해야겠느냐고 묻자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이 비대면 등 신산업 성장을 확충하는 것과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조기 정상화를 통한 위기 극복이란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풀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규제혁신에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비대면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 실장은 “비대면 진료와 같이 오랜 기간 답보상태인 비대면 서비스 규제는 포스트 코로나 관점에서 전향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한 “정부도 산업별로 지원책의 실효성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산업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회사별로 규모도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규제를 이행하고 싶어도 이행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이런 차이를 고려한 정책을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집중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사법부 모두 나서야 한단 조언도 제시했다. 최 실장은 21대 국회가 혁신적인 규제 개혁 법안을 하루 빨리 마련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생각에서다.

최 실장은 “실제 중소기업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했던 신산업·중소기업 규제혁신 과제의 약 30%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며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플랫폼 공정거래 법안 등 지난 20대 국회에서 추진됐던 규제혁신 법안들도 보완해 신속하게 재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의 협력도 주문했다. 그는 “실제 정책 마련 현장에서는 정부만 규제 개선에 나설 경우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회와의 ‘협력적 규제개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법부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 활용을 당부했다. 대표적으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지난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 법률에 처음 도입돼 이후 총 16개 법률에서 시행 중이지만 자주 활용되진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는 전체 9건에 그친다. 특히 이 중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그는 “행정부에서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사인간의 분쟁은 사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법원이 규제에 대한 최종적 판단을 하는 만큼, 제도 활용 측면에서 사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 동작구 소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흐름에 따라 중소기업연구원도 변화에 나섰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 7월 1일 조직을 개편하고 포스트 코로나 대응 등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연구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단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최 실장은 조직개편 이후 신설된 제도혁신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그는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정책 연구를 시작한 ‘정책·규제통’이다. 최근에도 중소기업 규제 혁신뿐만 아니라 차등의결권 제도, 중소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 다양한 법과 정책을 아우르며 연구하는 중이다.

처음 중소기업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최 실장은 “학회 또는 정책연구 과제로 경제민주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소기업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하게 됐다”며 “지난 2013년부터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1년 반가량 파견돼 근무하면서 중소기업 현장 애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돌아봤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나갈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구조 재편”이라며 ‘이에 대응하는 중소기업의 역량에 대해 많이들 걱정하신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최 실장은 “연구원 설립 이후 최초로 법과 규제를 연구하는 별도의 연구실이 생겼다”며 “이곳에서는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및 포스트 코로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과 제도 연구, 공정경제 연구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 관련 해외 선진 법과 제도를 조사하고 연구할 것”이라며 “규제차등화와 같은 중소기업 규제 이론 및 제도나 하도급법, 유통산업발전법 등 관련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며 규제영향평가 방법론에 관한 연구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연구자’로서의 목표도 확실하다. 최 실장은 “지금은 개인이 어떤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시대”라며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상생 협력, CSR 등 다양한 중소기업 정책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와 정책을 확충해 우리 중소기업들에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를 열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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